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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수출제한에 ‘애그플레이션’ 확대…“물가 더 오른다”


입력 2022.06.21 08:00 수정 2022.06.21 07:55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가공식품·외식가격…물가상승 주도

저소득층 경제 부담 가중 우려↑

지난 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요 생산국의 수출제한 등으로 국제식량가격이 오르면서 하반기 우리나라 물가가 더욱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1일 한국은행은 ‘최근 애그플레이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국제식량가격의 상승세 확대로 국내 물가상승 확산세도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애그플레이션은 곡물가격 오름에 따른 물가상승을 뜻한다.


가공식품 및 외식 가격은 국제식량가격 상승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오름세가 빠르게 확대되며 최근의 물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가격지수는 지난 3월 중 곡물과 유지류를 중심으로 크게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4~5월중에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곡물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수출 비중이 높은 소맥(밀), 옥수수 등의 공급차질 우려가 확산되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유지류 가격은 우크라이나산 해바라기씨유 수급차질, 이에 따른 팜유와 대두유에 대한 대체수요 증가 등으로 오름세가 크게 확대됐다. 육류가격도 사료용 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큰 폭으로 올랐다.


그 결과 국제식량가격 상승은 국내 식료품(농축수산물,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에 대한 상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식량가격 상승의 국내물가 파급 추이. ⓒ한국은행

다만 품목별로는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였다. 한은은 “국내요인(기상여건, 조류독감 등 감염병 상황)에 크게 영향 받는 농축수산물가격은 지난 2년간 크게 높아졌다”면서도 “최근 수급여건 개선 등으로 농산물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축산물가격은 최근 돼지고기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국제식량가격 상승세는 지난 2011년 급등기에 비해 오래 지속되고 있으며 수급 상황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생산비(비료가격) 상승 등이 상당기간 국제식량가격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전쟁 여파로 수출 항로가 차단된 데다 파종 차질, 인력난 등으로 수확기(7~10월) 생산·수출이 상당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미국, 남미 등 곡물 주산지의 이상기후로 파종 및 생육이 지연되면서 올해 작황 부진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주요 전망기관들은 하반기 중 곡물가격이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인 요인과 함께 작황 부진, 수출제한 확대 등으로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특히 올해 가공식품가격이 지난 2011년 급등기의 오름세를 상회하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식량가격 상승의 영향이 원재료비 인상 등을 통해 제품가격에 빠르게 반영되면서 하반기 중 물가 오름세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식물가의 경우에도 오름세 및 물가상승 확산세가 과거 급등기 수준을 상당폭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외식물가는 재료비 상승에 따른 인상압력이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수요압력이 높아지면서 상당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가공식품과 외식 부문을 구성하는 품목들의 대다수는 구입빈도가 높고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물가 품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체감물가를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름세가 크게 확대됨에 따라 관련 지출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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