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개국 정상 만나 협력 방안 논의
원전·반도체 등 '경제 세일즈' 총력
안보도 집중…한미일 회담 성사돼
"향후 5년 정상 외교 첫 단추 맺어져"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으로 다자외교 무대 데뷔전을 치른 윤석열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과 숨가쁜 회담 일정을 소화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세일즈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윤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까지 10여개국 이상의 정상들과 공식 회담을 가진다. 공식회담이 아니더라도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동맹국-파트너국 정상들과 약식회담, 즉석 회동 등을 가지며 향후 구체적인 외교 문제 논의를 위한 디딤돌을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지난 28일 열린 스페인 국왕 주최 환영 갈라 만찬에서 20여개 나라와 인사를 나누면서 구체적인 협력 아젠다의 물꼬를 텄으며 나토 정상회의장을 돌면서 15개국 정도의 나라들과 이야기를 이어가며 앞으로 언제 어떻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큰 주제를 교환했다"고 언급했다.
첫 순방에 나서기 전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우리의 경제 협력 범위를 유럽으로 확장해 보다 다양하고 안정적인 경제안보 환경의 마중물을 놓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윤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에 적극적인 경제 세일즈 의지를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첫 정상회담 상대였던 호주와는 그린 수소 분야에서의 우리 기업 참여를 요청했고, 네덜란드와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 프랑스와는 원전기술과 우주산업 협력, 폴란드와는 신공항 건설을 포함한 대규모 인프라 사업 참여와 원자력 및 방산사업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구체적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을 보유하고 있는 네덜란드에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안정적인 장비 공급을 요청하는 한편 이들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데 발맞춰 우리 원전 기업들의 참여 의지를 전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윤 대통령은 중소형 위성개발을 포함한 양국의 우주 산업 관련 협력 활성화와 원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 방안 모색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폴란드와의 정상회담에선 탄소중립 달성 및 에너지 안보 확보 차원에서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관련 협력에 방점을 찍고 논의를 이어나갔다.
이날로 예정된 체코와의 정상회담 자리의 의제도 '원전 세일즈'가 될 전망이다. 체코가 현재 원전 발주를 통해 사업자 선정 작업에 돌입한 만큼, 우리 기업의 참여 의지를 거듭 강조할 전망이다.
대부분의 정상회담 자리에 배석했던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렸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났다. 중국의 대안 시장으로서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세일즈 외교전에 집중하는 동시에 윤 대통령은 당면한 지역 현안인 북핵 문제와 전통적 동맹국들과의 관계 개선, 동맹 공고화 면에 있어서도 소기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특히 5년 만에 한미일 정상회담이 성사돼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북핵 문제 공동 대응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향후 협력과 공조를 강화하자는 데 방점을 찍은 부분이 가장 큰 성과라는 평가다.
향후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미국의 확장 억제 전략을 더욱 공고히 하고 북핵에 대한 3국의 안보협력 수준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경색 국면이 풀리고 자연스럽게 지역 안보 현안에 대한 한일간의 공조도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협력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중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이번 순방의 본행사였던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전체회의에서 연설에 나선 윤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주제도 '안보'였다.
그는 "자유와 평화는 국제사회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며 "오늘날 국제사회는 단일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 안보 위협에 직면했다. 경제안보와 사이버안보, 신흥 기술 분야에서 나토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할 것"이라 당부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나토가 일관되게 우리를 지지한 것에 대해 평가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 의지보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나토와 파트너국의 지도자들이 지속적으로 지지와 협력을 보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자유와 평화는 국제사회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며 "우리의 협력 관계가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수호하는 연대의 초석이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 지역의 안보 현안이 글로벌 사회에 증폭되고 확산되기 때문에 모든 글로벌 지구촌 국가들이 협심해 같이 해결해야 된다는 문제 의식에 도달했다"며 "앞으로 5년 동안 정상 외교를 잘 풀어갈 수 있는 첫 단추가 맺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