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차주 몰린 약관대출 리스크↑
금감원 “여신감리·자체점검 강화”
국내 보험사들이 떠안고 있는 부실 대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로만 2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몸집을 불린 대출이 최근 이자율 상승에 직면하면서 보험업계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특히 보험업계가 코로나19 직후 저금리를 이겨내기 위해 손을 뻗쳤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대체투자가 새로운 부실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보험사 40곳의 가중부실자산은 9669억원으로 지난 2019년 말 대비 23.8% 증가했다. 액수로 따지면 1857억원 늘었다.
가중부실자산은 보험사의 건전성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수치가 늘어날수록 향후 돌려받기 힘든 대출금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가중부실자산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구분되는 자산 건전성 분류에서 하위 3단계에 속하는 자산들을 가중해 더한 값이다.
각 사별로 보면 가중부실 자산이 가장 큰 곳인 한화생명이 142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9% 늘었다. 그 뒤를 이은 농협생명은 962억원으로 같은 기간 245.9% 증가하면서 증가율은 가장 높았다.
이어 삼성화재가 55억원으로 80.6%, 신한라이프가 513억원으로 105.6% 각각 늘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모두 425억원으로 각각 18.8%, 30.5% 늘었다. 메리츠화재가 410억원으로 305.3%, 현대해상이 306억원으로 10.2%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 취약차주 중심으로 커졌던 보험사 약관대출이 시장이 최근 금리 상승기를 맞아 보험사 건전성 관리의 숙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코로나19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저신용자들이 생계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약관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보험사 대출은 보험을 해지할 때 돌려받는 돈인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은행권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은행보다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
다만 보험을 해지해야 해 생활비가 부족할 때 최후의 보루로 선택하는 대출이다. 올해 3월 말 생명보험사 24곳 약관대출 잔액은 47조원으로 전년 대비 2조원 이상 늘었다.
최근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이들 대출 부실 위험도 커지는 형국이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조치가 오는 9월 종료되면 관련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보험업계가 지난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수익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늘려왔던 기업대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PF대출은 부동산 개발 관련 건설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담보로 장기간 대출해주는 상품인데 지금처럼 경기 침체 국면에서 부동산 시장이 불황일 때 부실위험이 커지게 된다. 올해 3월 말 보험업계의 부동산PF 대출채권 잔액은 42조2000억원이다.
이와 함께 보험업계 대체투자도 건전성 관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들은 전통 자산운용처였던 주식과 채권보다 수익성이 좋은 사모펀드나 부동산, 원자재, 선박금융 등을 찾아 투자를 늘려왔는데 경기침체 국면에서 부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보험사 대체투자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95조8000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도 보험사들의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죌 방침이어서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30일 보험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최근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공사중단 사태 발생 등으로 PF대출 부실 위험이 커졌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외 대체투자 부실이 커지면 보험사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PF대출 여신감리와 대체투자 관련 자산 건전성 점검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