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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틈새 위기의 삼성, TSMC와 격차 좁힐 뜻밖의 기회왔다


입력 2022.08.09 13:56 수정 2022.08.10 11:36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TSMC 3나노 생산 계획에 차질 생겼다는 관측

이미 3나노 양산 시작한 삼성, TSMC와의 격차 줄일 기회

삼성전자 3나노(nm,1nm는10억분의1m)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직원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는 모습.ⓒ삼성전자


칩4 동맹·반도체 지원법 등으로 난감한 입장에 놓였던 삼성전자에 청신호가 켜졌다. 대만 TSMC의 3나노 양산 차질에 계획이 생겼다는 관측이 나돌면서다. 지난달 세계 최초 3나노 양산에 돌입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1위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조금이나마 좁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9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TSMC가 3nm(이하 3나노, 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양산 생산시설 확장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당초 미국 인텔이 차세대 CPU(중앙처리장치) '메테오 레이크'에 들어갈 그래픽 엔진 GPU 칩셋 생산을 TSMC에 위탁했는데, 최근 주문 물량 대부분을 거의 취소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텔 '메테오 레이크'의 양산 일정은 기존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말까지 연기된 상태다. TSMC도 이러한 배경 속에 반도체 장비업체들에 장비 수주를 줄이겠다고 공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드는 이로 인해 2023년 TSMC의 자본 지출 규모가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텔의 아웃소싱이 연기되면 TSMC로서는 3나노 생산 라인이 당분간 놀게 될 수 있어 2위 삼성전자의 추격을 일정 부분 허용하게 되는 셈이다. 애플도 내년 하반기 아이폰 일부 모델에 3나노 공정을 사용하기로 했지만 TSMC의 이같은 3나노 차질에 실제 3나노 공정 도입기는 내후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3나노 양산을 시작한 상태다. 아울러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Gate All Around) 신기술을 적용한 공정으로 복수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모바일 쪽 대형 고객사를 이미 확보한 상태"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만일 기존대로 TSMC가 2023년 3나노 파운드리 고객사인 애플과 인텔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면, 삼성과 수주량에서 그 간격을 더 벌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사실상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올해 1분기 기준 TSMC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3.6%, 삼성전자는 16.3%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3나노 양산과 TSMC의 3나노 차질이 맞물린 것이, 삼성이 TSMC와의 격차를 줄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단공정 제품이 필요했던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이 TSMC보다 삼성전자를 우선 순위에 둘 가능성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3나노 공정은 현존하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가장 앞선 기술이다. 반도체는 회로 간격이 미세할수록 성능은 좋아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고, 회로 폭이 좁아질수록 하나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어 생산성도 획기적으로 올라간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3나노 공정(1세대 기준)은 기존 5나노 공정과 비교했을 때 전력은 45% 절감, 성능은 23% 향상, 면적은 16%를 감소시켰다. 특히 기존 핀펫 기술(FinFET) 대신 GAA(Gate All Around) 기술을 최초로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Channel) 4개면을 게이트(Gate)가 둘러싸는 형태라고 해서 Gate All Around라는 명칭이 붙었다.


GAA 기술은 게이트 면적이 넓어지며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TSMC가 준비중인 핀펫(FinFET) 공정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 상어 지느러미처럼 생긴 차단기로 전류를 막아 신호를 제어하는 핀펫 공정에 비해 전류 흐름을 조금 더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대표이사) 역시 이 부분과 관련해 지난달 25일 열린 3나노 출하식에서 "핀펫 트랜지스터가 기술 한계에 다다랐을 때 새 대안이 될 GAA 기술을 개발한 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라며 "파운드리 사업 한 획을 그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이번 계기가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삼성 역시도 수율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TSMC의 3나노 공정 고전으로 삼성전자가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이 생기긴 했지만, 기존 점유율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를 한번에 따라잡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파운드리는 진입장벽이 큰 분야다. 대신 삼성전자가 이번 기회에 얼마만큼의 수주 능력을 과시하는가가 향후 장기적인 업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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