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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려는 이재명 [송오미의 여의도잼]


입력 2022.08.12 07:00 수정 2022.08.12 04:35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열린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당 대표 후보자 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내 '당헌 80조(기소된 당직자 직무 정지)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8·2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이재명 의원은 "현재 당헌 80조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검찰권 남용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여당과 정부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소만으로 당직을 정지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당헌 개정을 찬성했다.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지만, 민주당은 개정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의 문제가 아니고 정치보복 수사에 대해 우리 당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는 문제도 연동돼 있다. 단순히 이재명 (당 대표) 후보만 대상으로 검토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개정에 힘을 실었다.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 당 혁신을 위해 도입됐던 당헌 제80조는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을 포함한 이 의원의 강성 지지자들이 이 조항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이 의원은 대장동·백현동 개발, 성남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부인의 법인 카드 유용 의혹 등으로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다. 때문에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이재명 살리기 맞춤형 개정 아니냐'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박용진 의원은 "위인설법", "사당화"라고 비판했고, 강훈식 의원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했다. 당내 소장파 조응천 의원은 "지금 오얏나무에서 갓을 고쳐 쓰는 일을 하는 것은 민심에 반하는 일이고 내로남불의 계보를 하나 더 잇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개정에 반대 입장을 밝힌 친문(친문재인) 전해철 의원은 "해당 조항은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 야당이던 민주당이 부정부패와 단호하게 결별하겠다는 다짐으로 마련된 혁신안"이라며 "특정 후보와 연관된 당헌 개정이 쟁점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박원순·오거돈 전 서울·부산시장의 성 비위 문제로 생긴 작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당헌 개정으로 무공천 원칙을 깼다가 참혹하게 패배했던 점을 거론하며 "강성 지지층 요구에 쫓아다닐 거면 뭐 하러 정당을 하느냐. 이번에 또 저런 식으로 당헌을 바꾸면 망하는 길로 간다"고 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오는 16일 전체회의에서 당헌 80조 개정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전준위는 기소 즉시 직무정지를 '1심 유죄 판결 후 직무정지'로 바꾸거나, 정치 탄압 성격의 기소에 의한 징계 취소 권한을 윤리심판원에서 최고위원회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의원은 "나는 부정부패에 해당하지 않는다", "당헌 개정 움직임은 당원 운동 이전부터 전준위와 비대위에서 추진했다" 등의 이유를 대며 당헌 개정은 본인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의원은 대선 패배 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 당권 도전, 당헌 개정 등 브레이크 없는 '방탄 질주'를 하고 있다. "오죽 불안하고 자신이 없으면 당헌까지 개정하느냐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 싫으면, '지금' 당헌 개정을 안 하면 된다. '반대 입장'을 밝히면 된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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