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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파나마 운하·그린란드 탐하는 속내는


입력 2025.01.12 07:07 수정 2025.01.12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트럼프, 그린란드·파나마 운하에 군사력 사용 옵션 배제 안 해

배경엔 美 국가안보와 경제 등 국익 차원의 복합적 계산 깔려

中, 이 곳에 영향력 확대 위해 기회 엿보고 있는 점도 美 자극

트럼프 발언, ‘엄포’ 아닌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취임식을 앞두고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향해 연일 쏟아내는 ‘블러핑’(엄포)성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두 나라의 영토편입 의사를 밝힌데 이어 군사력 사용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결연한 의지까지 내보인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사저가 있는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에 대한 군사 또는 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것에 대해서도 확언할 수 없다”며 “그것(경제·군사적 옵션 배제)을 약속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답했다고 미 CNN방송 등이 이날 보도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군사안보적 측면에서 이들 2곳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국의 영토로 편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거듭 밝혔다. 1기 정부 때부터 덴마크를 향해 그린란드를 미국에 팔라며 인수 의욕을 보였는데, 지난달 23일페이팔 공동 창립자이자 스웨덴 대사를 지낸 켄 하워리를 덴마크 대사로 지명하면서 “미국의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서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해 통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구입 의사를 재확인했다.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도 사용료가 너무 비싸다며 운하 소유권을 파나마 정부로부터 가지고 와야 한다고 지난달 21일에 이어 재차 ‘협박’했다.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미국의 영향권 안에 둬야 한다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내뱉어 온 트럼프 당선인이 급기야 군사력 동원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발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것이다.


특히 이날 회견에선 “그린란드에는 4만 5000명이 살고 있고, 그들은 독립을 위해 투표를 한다면 미국으로 편입될 것”이라며 “만약 덴마크가 그렇게(그린란드 독립을 방해)한다면 덴마크에 매우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의 맏아들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그린란드로 날아가 “우리는 당신들을 잘 대할 것”이라고 말해, 그린란드 편입작업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오른쪽 두번째)가 7일(현지시간)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팟캐스트용 영상 촬영을 목적으로 비공개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구입 의사를 밝힌 발언으로 주목받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런 행보에는 국가안보와 경제 등 국익 차원의 복합적 계산이 깔렸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그린란드는 크기가 한반도(22만 3617㎢)의 10배에 가까운 217만㎢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인구는 5만 6000명가량인데, 이들은 눈과 얼음에 덮이지 않은 전체 면적의 20%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덴마크가 18세기 초부터 지배했으며, 2009년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출범했지만 외교·국방·안보는 덴마크가 대표한다. 미국은 그린란드 서쪽 배핀만에 미 우주군 산하의 피투픽 기지를 두고 있다. 이 기지는 1943년 설립됐으며 우주 감시와 미사일 방어가 주목적이다.


땅덩어리가 큰 만큼 자원도 풍부하다. 그린란드 전역에는 석유는 말할 것도 없고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등 전기차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50종 중 43종이 매장돼 있을 정도로 희토류가 풍부하다.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은 중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희토류인 까닭에 대중(對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 입장에서는 눈독을 들일 만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근거로 국가안보의 문제를 내세운다. 그린란드는 미국과 유럽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요충지다. 수도인 누크는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보다 오히려 뉴욕에 더 가까워 미 안보의 핵심 국가로 여겨져 왔다.


특히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영국을 잇는 이른바 ‘GIUK 갭’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냉전시대 러시아의 대서양 진출을 차단·감시하는 중추 역할을 했다. 울리크 프람 가드 덴마크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곳은 오랫동안 러시아의 잠재적 공격을 막는 안보의 핵심 지역으로 여겨져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4일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 있는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파나마 운하 통제권 반환 요구 가능성을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반대시위를 하며 그의 얼굴 사진을 인쇄한 현수막에 불을 지르고 있다. ⓒ AFP/연합뉴스

알래스카를 매입한 앤드루 존슨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 대통령도 재임 기간 그린란드 매입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만약 덴마크에 그린란드에 대한 권한이 있다면 자유 세계의 국가안보를 위해 포기해야 한다”며 “망원경으로 보지 않아도 그린란드 주변엔 중국과 러시아의 함선이 사방에 있고,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그린란드의 80%를 덮은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이곳을 지나는 북극해 항로 개척도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과 중국 등 열강이 자원개발에 협력하자며 그린란드에 앞다퉈 구애에 나서는 이유다.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와 미래의 물류·안보의 중심지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사전에 제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중국이 그린란드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 당선인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2016년 그린란드 미군기지를 사들이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그린란드에 공항 건설을 추진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그린란드는 북극과 북미를 잇는 고속도로”라며 “온난화로 북극해가 활성화되면 파나마 운하의 의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설명했다.북극을 둘러싸고 고조되는 미·중·러 등 강대국 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나마가 미국에 과도한 운하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파나마 운하(문제)는 현재 그들(파나마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현재 운하 통행료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며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자료: 외신종합

그는 지난달 21일에도 운하 통행료 수수를 ‘갈취’라고 부르면서 인하하지 않을 경우 반환을 요구하겠다고 파나마를 윽박질렀다. 그러나 운하의 운영권은 파나마 정부에 있고, 운하 통행료는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선박이 무게와 종류(컨테이너선·유조선·벌크선 등)에 따라 일정하게 낸다.


미국은 사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1903년 파나마가 콜롬비아에서 독립하도록 지원하는 대가로 프랑스에서 착공했던 운하에 대해 모든 권리를 갖는 ‘헤이-뷔노 바리야 조약’을 맺었다. 1904~1914년 미국의 주도하에 운하가 건설됐고, 이 과정에서 작업 안전사고와 말라리아 창궐 등으로 노동자들이 2만 7500여명이나 희생됐다.


1977년 지미 카터 정부가 파나마와 맺은 운영권 양도조약에 따라 1999년 12월31일 파나마가 운하의 완전한 통제권을 가져갔다. 현재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전체 화물의 70%가 미국 동부와 아시아·중남미 등을 오가는 물량이다. 미국에는 파나마 운하가 핵심 무역로이고, 파나마 입장에서는 미국이 최대 고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처럼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직접 통제할 수는 없지만, 주요 항구와 시설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파나마 운하의 주요 항구 5곳 중 2곳은 1997년부터 홍콩 대기업인 CK허치슨홀딩스가 운영권을 갖고 있다.


ⓒ 자료: 외신종합

이 회사는 친중국계 재벌이자 홍콩 최고 부호인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의 소유다. 2021년 파나마 정부 승인을 받아 항구 운영권이 25년 연장됐다. 중국 산둥(山東)성 란차오(嵐橋)그룹은 2016년 파나마 운하에서 대서양 쪽에 접한 도시인 콜론에 있는 마르가리타 컨테이너항 개발에 10억 달러(약 1조 4600억원)를 투자했다.


더욱이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에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신실크로드) 전략과 연계해 파나마와 급속도로 밀착했다. 트럼프 1기가 출범한 2017년 파나마가 오랜 수교국이었던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과 수교하면서 중국의 파나마 진출은 급물살을 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8년 파나마를 국빈 방문했고, 중국 기업들이 파나마의 발전소·철도·운하 개선 등 주요 인프라 사업을 대거 수주해왔다.


상황이 이런 만큼 트럼프의 영토 관련 발언이 단순한 ‘말폭탄’이 아닌 심각한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린란드는 중국과 자원 확보와 무역항로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북극권의 중심이고, 파나마 운하는 중국이 서반구로 진출하는 핵심 동맥으로 꼽힌다.


만약 이들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는 전통적 고립주의와 달리 군사력을 토대로 타국 영토를 탐내는 팽창주의적이고 식민주의적 성격을 띤다”고 분석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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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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