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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Pick] '보고 싶어요!'… 분식집 앞에 초등생들이 편지를 쓴 사연은?


입력 2022.08.31 17:54 수정 2022.08.31 19:29        송혜림 기자 (shl@dailian.co.kr)


ⓒ 데일리안

어릴 적 다니던 초등학교 주변에는 늘 단골 분식집이 있었다. 코 묻은 돈으로도 양껏 사먹을 수 있던 떡볶이와 어묵 꼬치, 그리고 바삭한 튀김까지. 다만 군것질 거리 외에도 여전히 기억에 남는 게 있다. 바로 하교한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던 분식집 주인의 밝은 미소. 최근 서울 관악 초등학교 아이들도 단골 분식집 아주머니와의 추억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중이다.


31일 오후 2시경 방문한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관악초 인근에 빨간 간판의 작은 분식집이 자리해 있다. 간판 위 ‘맛의 느낌이 다르다!!’란 문구와 빛 바랜 닭꼬치 사진을 보니 가게의 오랜 업력이 짐작됐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인근 분식집 ⓒ데일리안

다만 장사를 하지 않는 듯 철문이 굳게 내려져 있다. 철문에는 ‘어깨 수술로 당분간 쉽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종이가 붙여져 있다. 인근 상인의 말에 따르면 문을 닫은 지는 3주 가량 지난 상황. 그런데 철문 가까이 가보니 해당 글 주변으로 뭔가가 잔뜩 적혀 있었다.


‘건강하게 빨리 나으세요’

‘저 배고파요! 언른 돌아오세요’

‘오래오래 사세요, 아주머니 사랑해요!’


분식집 앞에 쓰여진 관악초 학생들이 남긴 응원 메세지들 ⓒ데일리안

바로 인근 관악초 학생들이 고사리 손으로 적어 놓은 응원 메시지들. 주인이 붙인 종이 주변으로 공책이나 메모지 등을 뜯어 붙인 편지들도 있었다. 삐뚤빼뚤 써 내려 간 편지 내용에서 어리지만 깊은 진심이 느껴졌다.


분식집 앞에 붙여진 가게 주인의 편지 ⓒ데일리안

아이들의 마음이 바람을 타고 전해 졌을까. 분식집 주인의 따뜻한 답장도 함께 붙여져 있다. 메모지엔 ‘아줌마 걱정해주어 너무너무 고마워. 아줌마도 너희들 많이 보고 싶어’라며 ‘빨리 나아서 건강한 모습으로 올게’라고 적혀 있다. 그 메모 주변에도 아이들이 남긴 응원 메시지가 한 가득 적혀 있다.


분식집 앞에 메세지를 남기고 있는 관악초 학생들 ⓒ데일리안

이 같은 훈훈한 광경에 가게 앞을 지나던 시민들은 잠시 멈춰 서서 글을 읽거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주민 한 씨(26)는 "물가가 올라도 아이들을 위해 값도 올리지 않던 착한 분식집"이라며 "짧은 편지로 오가는 주인과 아이들의 마음이 너무 따뜻하다"고 말했다. 취재 도중 펜으로 메시지를 남기고 있던 학생도 만날 수 있었다. 관악초 6학년 이 양(13)는 "하교하고 친구들과 늘 찾아가던 단골집"이라며 "문을 닫아서 아쉽다. 아주머니가 건강하게 돌아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날 취재진이 분식집 주인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아쉽게도 연락이 닿진 못했다. 기약 없는 만남에 분식집 주인을 향한 관악초 아이들의 그리움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관악초 4학년 김 군(11)은 "맛있는 꼬치를 얼른 다시 먹고 싶다"며 "아주머니가 어서 건강하게 돌아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혜림 기자 (sh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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