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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자영업 대출 사상 첫 20조…부실 '시한폭탄'


입력 2022.09.06 06:00 수정 2022.09.05 10:0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1년 만에 8조원 가까이 급증

금융지원 종료 임박 '긴장감'

국내 저축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이 사상 처음 20조원을 넘어섰다.(자료사진) ⓒ연합뉴스

국내 저축은행이 자영업자에게 빌려준 돈이 최근 1년 동안에만 8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사상 처음 2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길어지면서 제2금융권 대출까지 끌어 써야 하는 취약 차주가 그 만큼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와중 대출 부실을 억눌러 온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이 종료를 앞두면서, 조만간 부실 시한폭탄이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 21조92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0%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7조8760억원 증가한 규모로, 저축은행업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2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OK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2조934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7.8%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SBI저축은행이 2조9065억원, 애큐온저축은행이 2조745억원으로 각각 74.6%와 108.2%씩 증가하며 개인사업자 대출이 많은 편이었다.


이밖에 페퍼저축은행(1조8391억원)·한국투자저축은행(1조6418억원)·웰컴저축은행(8594억원)·상상인저축은행(8157억원)·모아저축은행(6669억원)·OSB저축은행(5870억원)·KB저축은행(5485억원) 등이 개인사업자 대출 보유량 상위 10개 저축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자영업 대출이 늘고 있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악영향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하고, 이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빚으로 경영난을 버텨내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영업자들이 받아간 대출은 사상 처음 900조원을 넘긴 실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09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는 13.2%,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 말보다는 32.7% 급증하면서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특히 저축은행과 같은 2금융권 대출을 둘러싼 우려는 더욱 큰 실정이다.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거나, 이미 기존 부채가 많아 추가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취약 차주가 많기 때문이다. 그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자영업자들의 빚이 계속 덩치를 키우고 있음에도 아직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건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의 영향이 크다. 시중은행 등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2020년 초부터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상환의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납입을 유예해 주고 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은 금융권 전반의 대출 연체를 줄여주는 효과를 낳고 있다. 만기나 이자 상환 시점을 연기해주지 않았더라면 즉시 연체로 잡힐 수 있었던 대출이 정책의 혜택 덕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돼서다.


문제는 당장 다음 달 말이면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이 종료된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대출을 둘러싸고 쌓여 온 위험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시중은행에서부터 잠재된 리스크가 현실로 확인될 경우 2금융권이 맞닥뜨리게 될 파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시중은행은 어느 정도 여신 위험이 불거져도 손실 흡수 여력이 충분한 편"이라며 "차주의 성격과 위기 대응력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직격탄을 맞는 건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중소형 금융사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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