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로보어드바이저, 뉴노멀 부각
증권사간 AI 활용 차별 전략 본격화
증권가에 인공지능(AI)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종목 예측에서부터 연금 관리와 투자 상담 등 다방면으로 쓰이며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신(新) 기술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자본시장의 AI 활용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다. 증권사들은 AI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미개척 영역이 많다고 보고 관련 업계와 서비스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를 출시했다. AI가 개개인의 유형에 맞춰 연금자산을 운영해주는 서비스다.
해당 로보어드바이저는 매일 계좌를 모니터링해 고객의 포트폴리오 변경 신호를 감지하고 시장 환경과 계좌 현황에 맞는 맞춤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제안한다. 회사는 연금자산관리 서비스의 핵심인 안정적 운영에 AI가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수년 간에 연구 끝에 결과물을 내놓았다.
사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초 삼성증권이 업계 최초로 먼저 선보인 바 있다.
삼성증권은 퇴직연금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적용하기에 매우 적합한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개인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설문조사에 따르면 퇴직연금 가입자 중 90%가 상품 운용에 어려움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연금 로보어드바이저가 뉴노멀(New Normal)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연금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KB증권과 키움증권 등은 제휴와 자체개발을 통해 연금 운용에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고 있고 NH투자증권도 지난 2019년부터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개인연금 자문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미 표준 모델이 된 AI 서비스는 다수 존재한다. AI 종목 추천의 경우 업계에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달 AI 종목 추천 서비스 출시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키움·유진투자·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관련 서비스를 먼저 선보인 만큼 후발 주자인 셈이다.
이외에도 AI 상담 챗봇과 콜봇은 서비스를 하지 않는 증권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보편화 됐다.
업계는 향후 AI 서비스가 증권사 간 차별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사와 협력을 통해 개별적으로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NH투자증권의 ‘기업공개(IPO) 시가수익률 예측모델’은 독자적 AI 활용의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증권사는 이 예측모델로 지난 2019년부터 2022년 1월까지 상장한 167개 종목 중 117개 종목의 시가수익률이 20% 이상이라는 사실을 예측하는데 성공했다. 이 기간 예측률은 70.1%에 달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의 지속가능한 금융투자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가 더 요구될 수 있다”며 “이 점에서 개인의 로보어드바이저 선택은 효율적 자산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