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까지 매크로 이벤트 즐비
긴축 강화에 ‘개별 장세’ 무게
연휴를 기해 코스피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추석 이후 시장 여건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등 변동성을 키울 굵직한 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8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7.82p(0.33%) 하락한 2384.28로 마감했다. 지수는 이달 들어 3.55%(2472.05→2384.28) 내리며 베어마켓 랠리 기간 오른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연휴기간 유럽발 이벤트들의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개최한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에서 1.25%로 0.75%포인트(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증권업계는 ECB의 금리인상이 불러올 후폭풍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경제 전반이 얼어붙는 데 더해 시장 기대와 달리 달러 강세가 거세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화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면 109p를 상회하는 달러인덱스는 위를 향해 좀 더 움직일 수 있고, 이는 그대로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식시장 측면에서도 외국인 순매도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0일에는 유럽연합(EU) 에너지장관 긴급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에선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가격 상한제가 의제로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러시아는 독일로 연결되는 주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의 정비를 완료한 후 가스 공급을 재개하겠다고 했으나, 지난 2일 돌연 문제가 발견됐다며 가스 공급 중단을 통보한 상태다.
업계는 가격 상한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에너지 가격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있다.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는 코스피 하방 압력을 키울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증시 바닥은 국채금리에 달려있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은 증시에 매우 중요하다”며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 중 천연가스 모멘텀으로 상승했던 일부 업종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휴 이후에는 미국의 매크로 이벤트에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 당장 13일에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고돼 있다. 이후 20일과 21일 양일간 열릴 예정인 9월 FOMC 정례회의도 소화해야 한다.
이와 관련 메리츠증권은 미국의 8월 CPI가 전년 대비 8%대 초반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이 확인될 경우 9월 FOMC에서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단행이 기정사실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긴축 기조 강화가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증시의 불활실성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가 지수 상승이 제한적인 만큼 종목 장세 전개에 무게가 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관련 여러 데이터 상 인플레 고점 통과(피크 아웃) 경로는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기대인플레 통제실패를 우려한 연준이 시장의 과도한 기대감 형성을 통제하는 작업을 수시로 진행할 것” 이라고 예상했다.
연준의 긴축 강화 강도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국내 증시의 반등 동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카토 연구소 주최로 열린 통화 정책 컨퍼런스에서 “우리가 하는 일을 단도직입적으로 강력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나와 우리의 생각”이라며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이를 지속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또 “연준은 물가를 안정시킬 책임이 있으며 우리는 이를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최된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회의)에서 밝혔던 큰 폭의 금리인상을 포함한 매파 정책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이에 9월 FOMC에서 또 다시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통화 긴축 강도가 높아지고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하향 조정의 여지가 남아있어 코스피의 상단은 제한될 수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수출이 견조한 기업은 개별주 장세에 주도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