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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리와인드㊿] ‘작은 아씨들’ 정서경 작가, ‘디테일’로 높이는 몰입감


입력 2022.09.16 08:24 수정 2022.09.16 08:25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마더’ 이어 ‘작은 아씨들’로 두 번째 드라마 도전

가난한 현실 살아가는 세 자매 통한 공감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친절한 금자씨’부터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 박찬욱 감독과 주로 협업해 온 정서경 작가는 지난 2018년 ‘마더’를 통해 드라마로도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매혹적인 복수극부터 범죄 액션물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 온 정 작가는 ‘마더’를 통해 ‘모성애’에 대한 질문을 던졌었다.


현재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로 두 번째 드라마 도전에 나섰다. 정 작가는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과정을 다루면서,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다. 6.4%의 시청률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가장 최근 회차인 4회에서는 7.3%를 기록했다.


◆ 금자 씨부터 세 자매까지, 정서경 작가의 매력적인 여성들


2005년 ‘친절한 금자씨’로 박찬욱 감독과의 협업을 시작한 정 작가는 13년 간의 복역 생활을 마친 뒤 치밀하게 준비해 온 복수를 시작하는 금자(이영애 분)의 이야기를 통해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친절한 얼굴로 호감을 얻던 금자가 출소를 하자마자 준비했던 복수를 시작하는 모습을 썸뜩하게 그려내다가도, 금자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안쓰러움을 유발하기도 했었다.


이 과정이 박 감독 특유의 미쟝센과 어우러져 기괴하면서도 매혹적인 전개가 이어졌고, 정 작가 또한 금자의 인생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면서 설득력을 부여했다. 출소 직후 금자가 변모하는 순간을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로 단번에 표현하는 등 그의 냉혹한 면모를 효율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물론, 딸을 향한 깊은 모성애를 점차 드러내면서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입혔었다.


이후 영화 ‘아가씨’를 통해서는 거액을 상속받을 귀족 히데코(김민희 분)와 그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하녀 숙희(김태리 분)의 로맨스를 매혹적으로 그려내면서 관객들을 사로잡았었다. 193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각종 금기와 억압을 뛰어넘고, 욕망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히데코와 숙희의 파격적인 면모들이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이 외에도 실종된 딸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비밀은 없다’의 연홍(손예진 분)을 비롯해 형사와 사랑에 빠진 ‘헤어질 결심’의 살인 사건 용의자 서래(탕웨이 분)까지. 때로는 광기 어린 모성애를 가진 캐릭터를 통해 강렬함을 안기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캐릭터를 통해 애틋함을 유발했다. 진취적으로 상황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 캐릭터를 통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온 셈이다.


‘작은 아씨들’에서도 세 자매들이 각각의 개성과 매력을 보여주면서 극을 한층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가난한 현실에 가슴 아파하며 가족을 구하고 싶어 하는 장녀 오인주(김고은 분)부터 자신의 목표를 위해 가족을 떠나려 하는 막내 오인혜(박지후 분)까지. 거액의 돈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지만, 세 자매의 자매들이 주어진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를 지켜보는 흥미가 있다.


◆ 아동 학대, 빈부 격차 등 디테일한 현실 반영


뱀파이어가 된 신부, 살인 사건의 용의자와 사랑에 빠지는 형사 등 도발적인 설정을 통해 충격을 주거나,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흥미를 이끌던 영화와 달리, 드라마에서는 모성애 , 가족애 등 좀 더 보편적인 소재로 대중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첫 번째 드라마 ‘마더’에서는 상처받은 소녀를 구해내기 위해 그 소녀의 엄마가 되기로 한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모성애에 대한 질문을 던졌으며, ‘작은 아씨들’에서는 평범한 세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담고 있는 메시지까지 ‘평범’하지만은 않다. 우선 ‘마더’에서는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는 아니지만, 서로를 구원하며 진짜 가족이 되는 수진(이보영 분)과 윤복(허율 분)을 통해 가족, 모성애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기게 했었다. 이 과정에서 외면하고 싶은 아동학대의 어두운 면을 들추며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추운 겨울 아이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경악스러운 장면까지도 담아내면서, 어두운 현실을 지켜보게 한 것. 관심과 용기 내 내민 도움의 손길이 아이를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까지도 함께 담아내면서 관심을 촉구했었다.


‘작은 아씨들’에서는 가난한 세 자매가 어떤 어두운 현실을 마주하는지를 디테일하게 담아내면서 리얼리티를 높이고 있다.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과 맞서게 되기까지, 이들이 어떤 현실에서 분투를 하고 있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몰입의 발판을 마련 중인 것. 회사 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인주를 비롯해 해서는 안 될 선택까지 하며 미술을 놓지 못하는 인혜 등 누구나 공감할 법한 에피소드는 물론, “가난은 겨울 옷으로 티가 난다” 와 같은 디테일한 대사를 통해 인물들을 향한 몰입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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