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별 특성을 반영한 브랜딩 및 글로벌 마케팅 도구로 활용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음악은 더 이상 단순한 배경음악에 머물지 않고, 작품의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글로벌 팬층을 사로잡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OTT 플랫폼들은 각자의 OST 마케팅 전략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주요 OTT 플랫폼들의 차별화된 OST 활용법이 각기 다른 파급력을 만들며, OTT 시장의 브랜딩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넷플릭스는 OST를 유튜브‧틱톡 등 SNS 플랫폼과 연계해 자연스럽게 밈(meme)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을 자주 사용한다. 대표적인 예로 '오징어 게임'의 '웨이 백 댄'(Way Back Then), '웬즈데이'의 '블러디 메리'(Bloody Mary),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의 '러닝 업 댓 힐'(Running Up That Hill)이다.
특히 ‘웬즈데이’에서 주인공 웬즈데이가 4화의 학교 무도회에서 보여준 기괴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춤 장면은 공개와 동시에 온라인에서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갔다. 일반인뿐 아니라 레이디 가가 등 유명 인사들도 앞다퉈 '웬즈데이'의 춤을 따라 추는 영상을 올렸다. 유튜브에서 '웬즈데이'의 이 춤을 따라 한 영상 중 100만 조회수 이상 넘긴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콘텐츠 속 댄스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바이럴’로 퍼져나가며 작품 자체의 흥행을 이끄는 현상의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특히 젊은 층이 열광하는 틱톡 등 짧은 길이의 '숏 폼'(short form)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공유된다.
이외에도 뮤지컬 영화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도 아이들이 교장을 쫓아낸 뒤 부르는 노래 '반란의 아이들'(Revolting Children) 영상이 큰 인기를 얻자, SNS에서는 카메라 워크를 그대로 따라가 춤을 따라 하거나, 안무를 알려주는 영상이 이어졌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화력은 작품의 인지도를 높인다. 넷플릭스는 음악과 밈화된 콘텐츠를 통해 시리즈가 종료된 후에도 꾸준히 화제성을 이어가며, OTT 플랫폼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플랫폼 자체의 브랜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트렌디한 넷플릭스'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전통적인 OST 발매 방식을 고수하며, OST 강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디즈니의 OST는 항상 ’높은 완성도의 OST‘라 평가받으며 사랑받았다. '겨울왕국'(Frozen)의 ‘렛잇고’(Let It Go), '라이온킹'(The Lion King)의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의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등 많은 디즈니 뮤지컬 영화 OST는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디즈니 음악'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라는 OTT 플랫폼과 스튜디오를 동시에 운영하며, 영화로 먼저 공개된 후 일정 기간 홀드백이 끝나면 디즈니플러스에서 독점 공개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라이브 영상 등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고 스트리밍을 유도한다.
이러한 극장과 OTT의 두 트랙을 통해 OST에서도 다양한 효과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극장에서 영화의 감동을 체험한 관객들이 OST를 통해 감동을 연장하며, 이후 디즈니플러스에서 다시 작품을 감상하며 음악을 통해 다시 몰입할 수 있다.
이는 OST의 수명을 길게 하고, 디즈니의 음악적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디즈니는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홍보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디즈니'라는 이름만으로도 안정감과 퀄리티를 기대하게 만드는 효과를 얻고 있다. 디즈니의 이러한 전략은 '클래식하면서도 시대를 초월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
최근에는 케이팝(K-POP) 가수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연이어 진행하면 눈길을 끌었다. 아이브 안유진은 디즈니 100주년 기념 영화 '위시'의 메인 테마곡 '소원을 빌어'(This Wish)를 불렀고, 뉴진스 다니엘은 '인어공주'의 '저 곳으로'(Part Of Your World), 트와이스 나연은 '모아나2' OST '저 너머로'(Beyond)를 가창했다. 댄스팀 라치카는 '엔칸토: 마법의 세계'의 대표 OST ‘콜롬비아 미 엥칸토’(Colombia, Mi Encanto)에 맞춘 창작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글로벌 팬층을 공략했다. 3월 개봉 예정인 '백설공주' 역시 수지가 메인 OST '간절한 소원'(Waiting On A Wish)이 참여했다.
애플TV플러스는 음악을 단순한 마케팅 도구가 아닌 독립적인 예술 작품으로 포지셔닝한다.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의 '나폴레옹'(Napoleon) OST는 작곡가 마틴 펠프스(Martin Phipps)의 사운드트랙을 중심으로 애플뮤직과 연계하여 콘텐츠를 제공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상과 음악의 시너지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다. 이는 애플이 OTT 플랫폼(애플TV플러스)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애플뮤직)를 모두 보유한 강점을 활용한 전략으로, 음악과 콘텐츠의 통합적 경험을 제공한다.
OTT 플랫폼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코다'(CODA)는 영화 자체가 음악을 중심으로 한 작품으로, OST가 영화의 서사와 감정선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라라랜드'(La La Land), '물랑루즈'(Moulin Rouge) 음악 감독 마리우스 드 브리스(Marius De Vries)와 '라라랜드',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의 음악 프로듀서 닉 백스터(Nick Baxter)가 디렉팅한 ‘코다’의 음악은 마빈 게이(Marvin Gaye), 데이비드 보위(David Robert Hayward Jones), 조니 미첼(Roberta Joan Anderson) 등 팝 역사를 바꾼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명곡을 아카펠라로 재탄생시켰고, 이를 중심으로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플라워 킬링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 OST는 디지털 발매뿐만 아니라 한정판 바이닐(LP) 발매를 통해 소장 가치를 강조했다. 애플TV플러스의 전략은 물리적 매체(LP 등)를 통해 소장 가치를 강조하는 방식 자체는 일반적인 음악 산업의 마케팅 방법의 하나지만, 애플TV플러스는 이를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부각하며,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디지털 시대에도 '소유'의 가치를 강조하는 이러한 접근은 다른 OTT 플랫폼들이 '스트리밍과 디지털 바이럴'을 주요 전략으로 삼는 것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