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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추장의 '부족(部族) 정치' [송오미 여의도잼]


입력 2022.09.23 07:00 수정 2022.09.23 08:23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된 비결 중 하나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적극적인 소통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 중심에는 팬클럽 '아미(ARMY)'가 있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은 자신의 저서 '트라이브즈(Tribes)'에서 BTS의 성공은 부족(部族)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부족을 '생각을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운동을 전개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정의했는데, 부족원들은 자신이 속한 부족을 강력하게 만들고 그 규모를 키워가기 때문에 그 어떤 마케팅 수단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설명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양아들(양심의 아들)'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요즘 부쩍 눈에 띈다.


8·28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쥔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중앙당에 여의도 당사 내 당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당원존' 설치와 당사 출입 및 당내 행사 참석 신청 등에 쓸 수 있는 '전자당원증' 도입, 중앙당 및 각 시·도당 홈페이지에 당직자 이름·직책·담당 업무·당사 전화번호 공개 등을 지시했다. 개딸들이 당원청원시스템을 통해 "현재 민주당사는 당직자만을 위한 요새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화장실과 회의실 개방 등을 요구한 것을 이 대표가 적극 수용한 것이다.


이 대표는 또 한밤 중 에 트위터를 통해 개딸·양아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도 종종 가지고 있다. 지지자들의 반응은 굉장히 뜨겁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연예인과 정치인에게 열광적 지지자들은 큰 힘이 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연예인과 정치인은 상황이 적잖게 다르다.


정치인과 정당의 목적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집토끼'를 확실히 잡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중도층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고배를 마셔야 한다. 이 대표가 그렇게 원하는 재집권의 가능성도 점점 멀어져만 갈 것이다.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이재명 대표가 모든 위기를 강성 지지층에 기대 극복하려는 것 아니냐"는 당 안팎의 우려 목소리를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게다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정당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응집력이 강한 소수의 목소리가 민주당 전부의 목소리인 것 마냥 과대 대표되는 부작용이 발생하면서다. 특히 개딸·양아들들의 활동 대부분이 이 대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이재명 반대파'에 대한 공격인 점은 심각한 문제다. '팬덤 정치'로 인해 민심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정당'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참여(직접)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그게(참여민주주의) 주인이 되는 순간 민주주의의 타락과 이탈로 갈지 모른다"고 했다.


이 대표가 유독 '개딸·양아들'에 의지하는 이유는 기성 언론에 대한 깊은 불신도 한몫 했을 것이다. 실제로 전당대회 국면에서 당권 경쟁자들이 언론 인터뷰에 열을 올릴 때 이 대표는 철저히 언론 인터뷰를 삼가며 '당원·지지자들 직접 만남'에 주력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5일 대전 지역 당원·지지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언론 지형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워서는 답이 안 나온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사는 길이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직 인선도 핵심 보직에 친명(친이재명)계를 포진시키면서, '이재명 친정체제'를 완성했다. 사무총장(조정식)·비서실장(천준호)·정책위의장(김성환)·전략기획위원장(문진석)·정책위 수석부의장(김병욱)·수석사무부총장(김병기)·조직사무부총장(이해식)·미래사무부총장(김남국)·대변인(안호영·박성준·임오경) 등 요직은 친명계가 차지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은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으로 일한다. 최고위원 7명 중 6명도 '친명계' 또는 '신명(신이재명)계'다.


"위기감을 느끼는 집단은 부족주의로 후퇴하게 마련이다. 자기들끼리 똘똘 뭉치고, 더 폐쇄적·방어적·징벌적이 되며, 더욱더 '우리(us) 대 저들(them)'의 관점으로 생각하게 된다." 에이미 추아 예일대 로스쿨 교수의 저서 '정치적 부족주의'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다. 현재 민주당의 모습을 분석한 것 같아 놀라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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