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2회 ‘빅스텝’
물가 중심 통화정책 지속
내달 추가 빅스텝 불확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2회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했다. 당분간 5%대의 물가오름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와 더불어 미국과의 금리격차,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등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번 인상이 끝이 아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결정 직후 “최종금리 3.5% 수준 전망에 대해서 다수의 금융통화위원들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오는 11월 24일 세 번째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빅스텝 결정 배경, 환율・외환리스크
한은은 12일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로 인상했다. 10년여만에 기준금리가 3%에 도달한 것이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상단(3.25%) 격차도 0.25%p로 좁혀졌다. 이번 결정은 기존의 ‘0.25%p 점진적 인상’ 포워드 가이던스를 깬 특단의 조치다. 이같은 배경에는 원화 절하와 한미금리 격차 확대에 대한 자본 유출 영향이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총재는 12일 통화정책결정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는 물가 상승률이 5~6%대의 높은 수준을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상방 리스크가 추가 증대된 점과 환율 상승 기대가 자본유출 압력을 높이고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을 유발하는 등 금융불안 요인으로도 일부 작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정책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0.5%p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통화정책방향결정문(통방문)에서도 8월 결정문에서는 없었던 강달러 현상과 외환부문의 리스크 증대라는 새로운 내용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9월 원화의 급격한 절하가 빅스텝 고려요인 중 하나였다”며 “환율이 고물가를 상당기간 지속시킬 수 있는 위험과 원화 평가 절하가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금리차 확대에 따른 외화유출 심화나 외화유동성 압박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다.
내년 1분기까지 5~6%대의 높은 물가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물가가 5%를 상회하는 수준이면 원인이 수요든, 공급이든 경기 희생을 하든 관계없이 물가 중심으로 경제 정책을 할 수 밖에 없다”며 “다만 “5%보다 조금 떨어진다고 해서 바로 금리인상 기조가 사라진다고 기계적으로 해석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2.5%p 올린 결과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를 1.0%p 정도 낮추고 성장률은 0.1%p 전후로 낮출 것으로 예상됐다. 이자부담은 가계와 기업 합해 12조2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추정이다.
◆“금리 계속 올려야...내달 빅스텝은 불확실”
이에 따라 한은은 다음달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지난 7월 6.3%까지 치솟았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한풀 꺾였으나, ‘당분간(최소 3개월)’은 5~6%대의 물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144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 오름세도 이어지는 중이다. 특히 미국은 다음번 FOMC에서 4번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1%까지 벌어진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이 가중됨을 알고 있지만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며 “가계부채가 높은 수준인 데다 부동산 지난 2~3년간 상당히 올랐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면서 거시 전체로 보면 금융안정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관건은 금리인상 폭이다. 이달 빅스텝 결정은 주상영 위원과 신상영 위원이 0.25%p의 점진적 인상이 바람직하다며 소수의견을 냈다. 경기침체와 가계 부채, 이자상환 부담 우려 등에 근거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 역시 “11월 빅스텝 여부는 금통위원들간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어 미 FOMC 결정과 대외여건 변화, 그 변화가 국내 물가, 성장흐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며 “금통위원들이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단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에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불필요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한국의 대부분 부채가 고정금리가 아니고 높기 때문에 충격이 자이언트스텝이 아닌 빅스텝만으로 충분히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