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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이중기준 철회'…北 노림수는


입력 2022.10.21 04:30 수정 2022.10.21 04:3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국제법·규범 상습 위반해온 北

과거 '분칠'해 '보통국가' 꾀하나

다극체제 추동 中·러와

어깨 나란히 하려는 움직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TV

북한이 지난해 1월 노동당대회에서 중장기 대외 전략으로 "사회주의(권위주의) 국가와의 연대 강화"를 천명한 이후 민주주의 국가들이 주도하는 국제사회 차원의 대북 관여 제안을 거듭 거부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해온 기존 국제질서가 중국·러시아에 의해 흔들리는 모습이 감지되자 북한이 '권위주의 연대'를 통해 국제법과 규범을 상습적으로 어겨온 불량국가 이미지를 털어내려 한다는 평가다.


특히 '이중기준(이중잣대) 철회' 논리를 앞세워 북한이 다극체제 추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중국·러시아로부터 '보통국가'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 뒷짐 진 인물)이 평양에서 개최된 국방발전전람회에 참석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둘러보고 있다(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 입장을 외곽에서 대변해온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0일 '조선의 국력 강화와 국제정치 구도의 변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냉전 종식 후 국제무대에선 정의가 무참히 짓밟히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벌어졌다"며 "'유일 초대국'을 자처하며 '일극세계' 창설을 제창하는 미국의 강권과 전횡이 묵인되고 국제관계 기본 원칙들이 무시됐다.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간섭이나 무력 침공은 '반테러' '인권옹호' '평화 보장을 위한 행동'으로 정당화됐다"고 밝혔다.


특히 "조선(북한)에 대한 이중기준 정책이 그 전형이고 바로 유엔(UN)이 정의를 유린하는 무대"라며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의 첫째가는 책임을 부여받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조선의 인공위성 발사를 탄도미사일 발사와 동일시해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은 기존 안보리 결의에 따라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금지돼있었다. 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머리'에 위성을 탑재하느냐, 탄두를 탑재하느냐 정도의 차이를 가질 뿐, 기술적으로 사실상 동일한 발사체로 평가된다. 국제사회가 '위성을 가장한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며 추가제재를 도입한 이유다.


하지만 신문은 북한의 관련 군사행동을 '자주권·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자위력 다지기'로 규정하며 "유엔 헌장에 새겨져 있는 주권 존중과 주권 평등, 내정 불간섭의 원칙이 무시되고 미국의 부당한 목적 추구를 합리화·합법화해주는 결의들이 날치기로 채택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불법적 무기개발을 보통국가들의 합법적 군사 역량 강화와 동일시해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셈이다.


북한의 어린아이들(자료사진)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이중기준 철회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우려를 표하는 데 맞서 △자본주의의 폐해 △서방국가에서 불거진 인종차별 논란 등을 부각하며 꾸역꾸역 방어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 회의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이 인권에 대해 이중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 재판관' 행세를 하는 서방국가들의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해선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만큼,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김 대사는 "인간의 존엄성을 상징하는 인권 문제는 고유의 영역을 벗어나 극단적으로 정치화하고 퇴색했다"며 "자주권 침해와 타국 내정 간섭의 도구로 남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 정책에서 인권을 최우선시하고 정치·사회적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 외무성도 지난 17일 "미국과 서방나라들의 인권상황에 관한 '특별보고자(유엔 특별보고관)'는 단 한명도 없다"며 "나라별 특별보고자 제도가 그 본연의 사명에서 벗어나 미국과 서방의 비위에 거슬리는 나라들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공간으로, 정치적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동당 창건 75주년(2020년10월10일)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북한 주민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환호하고 있다(자료사진). ⓒ조선중앙TV

북한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는 이중기준 철회 논리는 중국·러시아와의 교집합 확대에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중국·러시아가 다극체제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조선신보는 "조선의 국력 강화와 대외적 지위의 상승이 증명하듯 오늘의 세계에서는 정의가 부정의로 범죄시되는 낡은 국제질서를 마스는(부스러뜨리는) 힘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며 "미국의 편 가르기식 대외정책에 기인하는 신냉전 구도가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러시아는 자주의 깃발을 들고 전진하는 조선과의 우호·친선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정치 구도의 불가역적인 변화를 상징하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조선이 자주 노선에 기초한 평화 외교를 전개한 결과 국제정치의 조류가 바뀌었다"며 "세기를 이어 부정의와 온갖 도전을 맞받아 뚫고 헤쳐 온 조선이 다른 나라를 믿고 자체의 강력한 군사적 힘을 키우지 않았더라면 자기의 자주권·생존권을 지키지 못했을 것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새 국제질서를 세워나가는 오늘의 조류를 주도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TV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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