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만약 北 핵공격 겁나서
韓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 못 지키면
美 동맹체제 해체되는 셈"
북한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로 안보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을 지키기 위해 LA를 희생할 수 있겠느냐'는 오래된 질문이 새삼 주목받고 있지만, 미국 주도 기존 국제질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미국은 북핵 공격을 감수하고 주요 동맹인 한국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지난 2일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담대한 구상과 국제협력'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국립외교원 주관 학술회의에서 "미국이 LA나 뉴욕이 공격 받을까봐 북한에 핵을 사용하지 못할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천 이사장은 "전 세계에서 한국만이 유일한 미국의 동맹이라면 그런 리스크를 미국이 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핵무기를 수십 개 가진 북한의 핵공격이 겁이 나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지키지 못한다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과 전 세계 모든 (미국) 동맹국에 대한 방위 공약은 신뢰성을 상실한다. 미국의 동맹 체제가 다 해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 외에도 유럽 등 세계 각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적성국 가운데 최약체인 북한 위협에 '굴복'할 경우,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 신뢰도가 완전히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천 이사장은 "북한같이 핵을 수십 개 가진 그런 집단이 핵을 사용할 때 반드시 핵으로 응징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다른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그런 기회를 미국이 놓칠 거라 생각하는 게 기우"라고도 했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립주의를 내세우며 동맹 불신을 자초했던 만큼,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을 증명하는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해온 동맹 복원 기조의 '핵심 지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의 연대를 통해 중국·러시아를 견제하고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수호하려는 미국 입장에선 '역내 평화·안보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인 한국과의 철통(iron-clad)같은 동맹을 유지·강화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기도 하다.
다만 천 이사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잠재적 기술력 확보' 등을 통해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반(反)동맹 미국 대통령이 (다시) 나오면 (한미)동맹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핵무기는 안 만들더라도 어떤 기술적 능력은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