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합병으로 구매, 생산, 유통 전과정 규모의 경제 실현
경영 효율성 높이고 ESG 경영으로 이미지 개선 ‘일거양득’
“내년 상황 더 암울”…생존 위한 버티기에 초점
최근 주요 식품기업들이 계열사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국제곡물가격 인상을 비롯해 환율, 금리 등 이른바 3고 위기에 대응한 생존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합병을 통해 의사결정 단계를 단축하고 외부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한편 구매, 생산, 유통 등 전 단계에 걸쳐 규모의 경제를 실현, 비용 감축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ESG 경영에도 부합해 이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동원산업은 지난 2일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을 마무리하고 동원그룹의 지주회사가 됐다.
이번 합병으로 동원산업은 기존 동원엔터프라이즈 자회사였던 동원F&B 등을 직접 자회사로 거느리게 됐다. 총 자산도 기존 3조원 규모에서 6조8000억원 수준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합병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각 계열사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원산업은 앞으로 계열사별로 추진하는 신사업의 연착륙을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과감한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주력인 식품산업 외에도 친환경 스마트 연어 양식, 스마트 항만 사업 그리고 2차 전지 소재 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오뚜기도 지난달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를 흡수합병했다. 이로써 상장사인 조흥을 제외한 모든 관계회사를 100% 자회사로 재편했다.
2017년 오뚜기에스에프, 상미식품, 풍림피앤피의 물적분할과 2018년 상미식품지주, 풍림피엔피지주 흡수합병을 시작으로, 작년에는 오뚜기라면을 물적분할 하는 등 지배구조 재편을 진행해왔다.
롯데제과는 지난 7월 롯데푸드를 합병, 연매출 3조7000억원에 이르는 식품업계 2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통합 롯데제과는 영업, 생산, 구매, 물류 등 모든 부문에서 조직, 생산 라인 등 중복된 요소를 통합하고 이를 통해 효율 극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거래선 공유를 통해 해외 판로가 확대돼 해외시장 공략에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아울러 이커머스 조직을 통합하면서 물류 효율을 개선하고 구색 다양화, 공동 프로모션 등을 통해 매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통합 이후 첫 실적에서도 매출이 증가했다. 롯데제과는 3분기 매출 1조1033억원, 영업이익 57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매출 합계 대비 10.3%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8.1% 줄었지만, 합병 관련 일회성 비용(69억원)을 제외하면 3% 증가한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계열사 합병을 완료한 식품기업들의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차례 소비자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인 만큼 이들의 비용 감축 노력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식품계열사끼리 합병한 롯데제과의 경우 원재료 구매는 물론 생산과 유통, 해외진출 등 사실상 전 과정에서 비용 감축이 가능한 만큼 얼마만큼의 시너지가 발생할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 식품기업들의 기업재편 움직임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ESG 경영과도 맞닿아 있다.
동원, 오뚜기의 경우 한 때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관련 지적이 제기됐었지만 이번 합병으로 이 같은 리스크를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적 있는 다른 식품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합병이 지배구조 단순화 외에도 경영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면서 “원재료의 경우에도 대량 구매해 단가를 낮출 수 있고 생산, 물류, 연구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비용 감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원재료 및 환율 상승 등 외부 악재와 소비심리 위축 등 국내 악재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영업을 통해 매출과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년에는 기업의 생존에 사업전략의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 합병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체력 비축에 총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