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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재산 16조원 파는 기재부, ‘헐값’ 매각 막을 방법은


입력 2022.11.17 06:30 수정 2022.11.17 06:3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국유재산 97% 수의계약 매각

민간 거래 대비 20% 이상 저렴

“수의계약 적용대상 합리화 필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2년도 제12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정부가 16조원 규모 공공기관 자산매각을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국유재산이 헐값에 팔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에서도 과거 국유재산 매각 사례 상당수가 민간 거래 가격보다 20% 이상 낮게 팔린 바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지난 8월 8일 ‘유휴·저활용 국유재산 매각·활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기재부는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현재 국가가 보유한 국유재산 중 생산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유휴·저활용 재산을 향후 5년간 16조원 이상 규모로 매각하겠다고 했다. 매각이 어려운 국유지 등 국유재산은 개발을 통해 활용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즉시 매각이 어렵거나 민간 수요가 적은 재산은 국가가 나서서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해 매각·대부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며 “공공 부문에서도 강도 높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16일 최상대 기재부 제2차관 주재로 ‘찾아가는 국유재산 설명회’를 열어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국유재산 매각·활용 내용을 안내하고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국유재산 매각에 나서면서 사업 관련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특히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국유지는 민간 거래 때 예상 가격보다 약 18%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제도적 합리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오지윤 KDI 부동산연구팀장은 지난달 26일 ‘국유재산 매각 효율성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유지 매각이 민간 대비 낮은 가격에 이뤄지는 것은 대부분 경쟁계약이 아닌 수의계약에 의한 매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 팀장 연구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국유부동산 매각의 97%가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가격으로는 국유지 단위면적당 가격은 민간 대비 약 18~23% 정도 낮았다.


오 팀장은 “국유지의 효율적 구성을 위해서는 행정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향후에도 활용 가능성이 낮은 국유지를 적절하게 매각하는 과정이 필수”라면서 “국유지 매각 대부분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바 수의계약 허용 규정에 대한 제도적 합리화 과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기재부는 “국유재산매각은 경쟁입찰이 원칙이나 법령상 수의계약을 통해 매각하는 경우에도 객관적 감정평가를 통해 공정한 시장가치를 반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수의계약 매각 국유지 감정평가액이 낮게 평가된 것은 활용이 곤란한 토지 특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매각하는 국유 일반재산은 주로 평상불량(폐수로·폐도로), 맹지 등 단독 활용이 곤란한 사례가 50% 이상 차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국유재산 매각 과정에서 법령에 따른 예외 사유를 제외하고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공정하게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캠코 위탁개발재산 9건은 모두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하되, 그 과정과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국유재산매각은 경쟁입찰이 원칙’이라는 기재부 해명과는 다르게 실제 국유재산 매각 대부분이 수의계약으로 매각됐다.


KDI 조사에서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97%가 수의계약으로 매각됐다. 올해 캠코가 공개경쟁입찰로 매각한 국유재산만 보더라도 5건 가운데 4건이 입찰참여자가 1명인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처리됐다. 기재부는 공개경쟁입찰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무늬만 경쟁입찰인 셈이다.


서울 성북구 아파트는 13채가 개인 한 명에 팔리면서 감정평가액의 60%도 받지 못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매각한 이 아파트는 총감정평가액이 94억8900만원이었으나 실제로는 54억1300만원에 팔렸다.


오 팀장은 국유재산이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매각되는 이유는 현 국유재산법 시행령상 예외규정 적용 대상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 팀장은 “국유재산법 시행령 외에도 국유재산 수의매각 허용 사유를 별도로 인정하고 있는 법률이 31개에 달해 수의계약 적용대상에 대한 합리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유재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늘 특혜 논란, 불공정 시비 등이 많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정확한 금액 평가와 공정한 매각 과정, 즉 경쟁이 완벽하게 일어나야 문제 소지를 없앨 수 있는데 사실 제약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유재산을 매각하는 데 있어 획일적 기준을 세우기보다는 재산 가치를 정확히 판별해 효율적으로 파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알짜 자산을 헐값에 판매하는 것은 거둬들이는 이득보다 결과적으로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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