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물가 상승률 30년 만에 최고치 기록
직장인 ‘긴축’ 본격화…지출 줄이기 ‘안간 힘’
외식물가 상승률이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직장인들이 밥값과 커피값 줄이기에 바쁘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집에서 밥을 해먹거나, 스타벅스와 같은 고가의 커피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1000원대 편의점 커피와 디저트로 대체하는 분위기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외식물가는 8.9% 증가했다. 통계청이 조사한 39개 외식 품목이 모두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2% 치솟았다. 그중에서도 김밥(13%), 갈비탕(12.1%)과 라면(12.1%), 햄버거(12.0%) 등이 값이 크게 오른 품목으로 꼽혔다.
이와 함께 칼국수(11.8%)와 해장국(11.7%), 떡볶이(11.7%), 짬뽕(11.2%)도 높게 오른 품목의 뒤를 이었다. 국민 외식 메뉴인 치킨(10.3%), 삼겹살(10.6%)의 가격 상승 폭도 큰 편이었다. 소주(9.5%), 맥주(9.1%) 등 식당에서 파는 주류 가격 역시 덩달아 뛰었다.
이처럼 장바구니 물가가 요동치는 가장 큰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한데다 물류비, 인건비 등이 연쇄적으로 오르면서 영향을 받았다. 원달러 환율 마저 크게 오르면서 수입단가 상승으로 식품 기업들의 제조 원가 부담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겨울철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기승을 부릴 경우 계란 가격이 치솟아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매년 겨울철마다 AI가 발생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2주 빨리 확진 사례가 나왔다. 이전과 비교해 확산세도 가파른 양상이다.
AI가 확산세를 보이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가 확산하면 가금류 살처분 등의 여파로 닭고기와 계란 가격이 오른다. 지난해 AI가 발생하기 직전 닭고기 1kg 가격은 5100원대였으나 발생 이후엔 5500원대로 올라섰다. 계란도 6000~7000원대의 가격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 K직장인 ‘긴축’ 본격화…점심은 도시락, 커피는 회사 탕비실서
소비자들은 먹거리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생활 전반의 물가가 상승하면서 가성비 있는 한 끼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자구책을 실현중이다. 에어프라이어가 대중화됨에 따라 집에서 밥먹는 횟수를 늘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냉동 치킨·피자를 선택하는게 대표적인 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응답자의 약 98%가 냉동식품 구입이 증가하거나 기존 구입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냉동식품 구입이 증가한 이유(복수응답)로는 ‘외출·외식의 감소’가 47.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서울의 한 직장인 A씨는(30대) “마트서 계산할 때 보면 깜짝 깜짝 놀란다. 몇 개 담은 것도 없는데 10만원 나가는 건 우스운 수준”이라며 “지출을 줄이기 위해 여러번 소분해 먹을수 있는 냉동식품을 구입해 돌아오거나, 편의점 도시락을 즐겨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식후 마시는 커피값에 대해서도 허리띠를 졸라 매는 중이다. 매일 마시는 커피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사내 카페’가 인기다. 최근 원두와 원유값 상승에 따라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소비자가격을 올린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일부 소비자들은 집에서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오거나 카페 대신 회사 탕비실을 이용하는 묘책을 쓰고 있기도 하다. 커피와 간식값을 아끼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면서 이른바 '탕비실 파먹기'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실제로 직장인 한 사람당 커피에 쓰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발간한 월간소비자 10월호에 따르면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홈카페 소비자 인식 및 지출비용 조사' 결과 응답자 75.8%는 하루 1회 이상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소비자 부담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은 잇따라 커피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올 들어 스타벅스에 이어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커피빈 등 주요 커피프랜차이즈가 모두 커피값을 올렸다. 빽다방·컴포즈커피·메가커피 등도 상향 조정했다.
직장인 B씨는(30대) “밖에서 점심을 사먹는데 커피값까지 내고 나면 하루 2만원 가까이 빠져나간다”며 “최근 코인과 주식으로 크게 잃었는데 물가까지 올라 과소비를 할 수 없으니 아낄수 있는 식비부터 아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공병을 내다 팔기도 하고, 안 입고 모셔둔 옷에 대한 중고거래를 진행하는 등 ‘짠테크’를 실현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커피와 함께 고급 디저트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편의점 디저트와 냉동 디저트 등을 즐겨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높아진 빵 값 부담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홈 베이커리 제품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밀가루, 우유, 달걀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함께 높아진 빵 값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홈베이커리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3분기 냉동생지와 파베이크 제품 등 홈베이커리 전체 매출은 2분기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빵을 완성품 대비 80~90% 정도 구운 후 급냉시킨 파베이크 제품 매출은 5%, 냉동 생지는 29%나 증가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최근 냉동 식품군의 성장세는 외식물가 인상에 기인한다”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데다, 기업들이 세분화되는 소비자 입맛에 따른 제품 종류의 다양화 및 지속적인 개발로 인한 품질 상승으로, 간편한 조리만으로도 전문점 수준의 음식을 즐길 수 있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