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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편되는 공급망, 북한 '끼워넣기' 가능할까


입력 2022.12.04 04:00 수정 2022.12.04 04:0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남북, '특수관계' 내세워

양자 경제협력 진행해와

국제 제재 도입 후 운신 폭 한계

"공급망 재편, 도전이자 기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백악관 사우스코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남북이 '특수관계'를 내세워 양자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접촉면을 넓혀왔지만, 북한의 불법 무기개발로 국제사회 제재가 도입되자 운신 폭의 한계가 뚜렷해졌다.


양자 협력 대안으로 국제사회와의 연계를 모색하는 다자 협력 구상이 논의돼온 가운데 최근 탄력을 받고 있는 공급망 재편 흐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이승주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지난 2일 '복합지정학 시대의 남북한 미래안보'를 주제로 진행된 한국국제정치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과 남북관계를 직접 연결한다는 것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중 전략경쟁과 코로나19 확산 등을 계기로 공급망 재편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굉장한 리스크가 수반되고 여러 도전 요인들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회 요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남북이 과거 양자 협력을 통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가도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으로 협력 성과가 원점 회귀하는 일이 잦았다는 점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우리가 그동안 남북 협력 성과를 어떻게 비가역적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다"며 "관련 제안 가운데 하나가 남북 협력의 다자화, 즉 국제 협력과의 연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망 재편 흐름에 남북 협력을 연계하는 방안이 중장기적으로 남북 협력의 비가역성을 확보하는 주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이 임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기존 지위를 상실함에 따라 많은 아시아 개도국들이 지역 가치사슬에 편입되고 있듯, 북한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가치사슬 편입을 모색하기 위해선 비교·경쟁 우위 확보가 중요한 만큼, 북측이 관련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허재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현 대북제재가 강력한 제약을 가해 행동을 변화시키는 '네거티브 제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포지티브 제재'로 혜택을 주면서 북한 행동을 변화시키는 노력들을 병행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른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자료사진) ⓒAP/뉴시스

다만 미중 경쟁 심화로 '공급망 안보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향후 미중이 별도의 공급망을 꾸리는 '블록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공급망 안보화의 최전선에 있는 국가가 미국과 중국"이라며 "공급망 안보화는 일정 수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정도'에 따라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차별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낮은 수준의 안보화는 공급망의 완전한 블록화나 분리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며 "그런 면에서 한국과 같은 나라는 미국 중심 공급망과 중국 중심 공급망 사이의 국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관련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남북 협력을 연동해 북한이 자연스럽게 지역 공급망 안에 편입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반대로 높은 수준의 공급망 안보화가 이뤄질 경우 "블록화가 불가피해지는 측면이 있다"며 "한국은 미국 중심 공급망에 편입될 수밖에 없고, 북한은 중국 중심 공급망에 편입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개방경제 특성을 갖는 한국 입장에선 공급망 재편이 '포용성'을 가질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한국과 같은 나라가 글로벌 차원의 공급망 재편을 주도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경제 조건만을 우선하다가는 결코 국익을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용적 질서는 한국 같은 나라가 지향해야 할 숙명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경제 주권 및 자체 혁신역량 증진과 △국제적 협력 강화 사이의 균형점 모색이 "미중의 공급망 재편 시도에 대해 일정한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다"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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