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세력경쟁' 도모하려는
中 대외정책 흐름에 기민히 반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개최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국제정세와 관련해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해당 관점이 향후 북한 대외정책의 '나침반'이 될 거란 평가가 나왔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이 향후 세력경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보조를 맞추며 목소리를 키워갈 거란 관측이다.
6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정재홍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전날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분석 토론회에서 "북한이 국제질서 변화를 정확히 읽으면서 대남 정세를 맞춰가고 있다"며 "최근 북한이 중국, 러시아, 제3세계 등 소위 뜻을 같이하는 국가, 국제질서 변화를 원하는 국가와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의 다극화 강조 흐름이 중국의 대외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았다며 "중국이 지난해 공산당대회를 마치고 시진핑 1인 체제를 확립했다.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2049년까지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이 핵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앞으로 국제질서를 다극화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다극화로 끌고 가지 않으면 중국몽 실현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중 간 전략경쟁이 향후 세력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이 이야기하는 다극화를 위해선 세력권을 형성해야 한다. 독자적 세력권을 통해 국제질서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러시아는 물론 △상하이협력기구 △아세안(ASEAN) △브릭스(BRICS) △유라시아 국가들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북한이 관련 흐름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대외정책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더욱이 미국 견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중국으로선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북한의 군사역량 강화를 '묵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연구위원은 "한미일이라는 거대한 3개국이 북한(핵‧미사일 위협)을 상대한다고 하지만 핵심목표는 중국일 것"이라며 "중국 역시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를 통해서 한미일 연대에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개최되는 시기에 중러 연합훈련이 동시에 진행되고, 이에 맞물려 북한까지 도발을 감행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시기에 군사행동을 자제했던 만큼, 최근 행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달 21~29일 동안 중러가 제주도 남방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했다"며 "같은 기간에 한미가 공군 연합훈련을 진행했다. 당시 (미군) 전폭기도 왔지만 RC-135 정찰기가 중러 훈련이 이뤄지는 인근을 정찰하고 휴전선 일대도 정찰했다. 북한은 이 시기에 무인기를 남하시키는 과감한 행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지난해 9월과 11월에도 한미 훈련, 중러 훈련, 북한 도발이 중첩돼서 발생했다며 "중러가 훈련하고 있을 때 한미가 견제 차원에서 훈련을 하기도 하고, 한미가 훈련하고 있을 때 중러가 견제 차원에서 훈련을 하기도 했다. 그 시기에 북한도 굉장히 과감했다. (각국 군사행동들이) 오버랩 되는 게 굉장히 위태롭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