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밤 10시 42분께 12시간 조사 마치고 나와…"결국 법정서 진실 가려질 것"
준비한 A4 용지 6장 분량 서면진술서 검찰 제출…대부분 서면 진술서 내용으로 갈음
"이재명 사실상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보도에…민주당 "진술서 바탕으로 조사에 응해" 반박
檢 구속영장 청구시 국회 동의 필요한 만큼 불구속 기소 의견도…대장동과 달리 증거도 충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조사가 출석 약 12시간 만에 끝났다. 검찰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한 뒤, 늦어도 이달 중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이 대표 기소는 기정사실화 됐고 구속영장 청구를 하느냐, 불구속 기소를 하느냐 등이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11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42분께 조사를 마치고 수원지검 성남지청 밖으로 나온 이 대표는 "답은 정해져 있고 (검찰이) 기소할 것은 명백하다"며 "결국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제시한 여러 자료를 봐도 제가 납득할만한 근거는 없었다"며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주신 함께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검찰에서 조사받은 내용이 무엇이냐' '성남FC후원금 관련해 지시를 했었느냐'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답변하지 않았고, 정문 앞까지 걸어가며 자신을 기다려준 지지자들과 악수한 뒤 차량에 탑승 후 귀가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등 기업들로부터 170억여 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경기도지사선거 당시인 2018년, 바른미래당 등으로부터 이 의혹으로 고발되면서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를 상대로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기업들이 각종 인허가 때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업들이 성남FC에 낸 후원금이 대가성이었는지, 이 대표가 후원금 모금 과정에 관여했거나 인지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이날 미리 준비한 A4 용지 6장 분량의 서면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했으며, 검찰의 질문에는 대부분 '서면진술서 내용으로 갈음한다'는 취지의 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질문에는 구체적 답변을 통해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서면진술서에는 ▲기업이 지급한 돈은 후원금이 아닌 광고 계약에 따른 광고비라는 점 ▲두산그룹의 병원 부지를 용도변경 해준 것은 공익을 위한 적법한 행정이라는 점 ▲구단의 광고 영업에 관여한 바 없다는 점 등 의혹을 부인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검찰이 내민 일부 증거에 대해선 '이런 일이 있었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한 매체에서 '이 대표가 사실상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민주당은 즉각 반박했다.
민주당은 안호영 수석대변인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바탕으로 조사에 응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점심 식사도 성남지청 내부에서 간단히 먹은 뒤 저녁 식사는 거른 채 조사에 임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소환조사를 이번 한 차례로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소환조사를 벌이기에는 민주당이나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고, 현직 제1야당의 수장인 이 대표와 일정을 조율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향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을 검토한 뒤 늦어도 이달 중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기소는 기정사실화 됐고 구속영장 청구가 일반적인 수순이지만, 제1야당 대표인데다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라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불구속 기소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과는 달리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증거가 명백하고 충분하다는 점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