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다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한국에 도착한 가운데, 그의 '의형제'로 불리는 배상윤 KH그룹 회장도 귀국 의사를 밝혔다.
김 전 회장에 이어 배 회장까지 귀국이 임박하면서 이 대표 관련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과 법조계에서는 이 두 사람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의 '스모킹건'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배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KH그룹에 따르면 현재 동남아에 체류 중인 배 회장은 하얏트호텔 매각을 마무리하는 대로 귀국할 방침이다. 정확한 날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귀국하는 대로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북 송금 의혹 등을 수사할 전망이다.
최근 검찰은 쌍방울그룹과 KH그룹 간 금전 거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두 기업 간 자금 흐름에 주목하는 이유는 김 전 회장과 배 회장이 과거 쌍방울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를 받은 전력이 있어서다.
실제로 배 회장은 이날 입국한 김 전 회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불린다. 검찰은 두 사람을 이른바 '경제공동체'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들의 교류 흔적은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작성한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2007년 배 회장은 '도쿄에셋' 간판으로 불법 대부업을 하던 김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빌렸다.
2010년에도 배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강남의 사우나를 담보로 김 전 회장에게 돈을 빌려 쌍방울 인수를 시도했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고 김 전 회장에게 쌍방울을 넘겨줬다.
이 사건으로 인해 두 사람은 유죄를 받았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인수 과정에서 조직을 동원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으며, 배 회장 또한 이에 동참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쌍방울 2대 주주 지분을 인수한 배 회장과 공모해 80개의 차명계좌로 수천여 차례에 걸쳐 통정·가장매매, 고가·물량 소진 매수, 허수매수 주문 등으로 시세를 조종했다. 이들은 이를 통해 350여억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배 회장은 번듯한 사업가로 변신했다. 조명, 부품, 소재 산업을 전문으로 하는 KH필룩스를 중심으로 종합엔터테인먼트, 리조트, 호텔, 부동산 개발업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했다. 현재는 5개의 상장사를 비롯해 4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최근까지도 KH그룹과 쌍방울은 전환사채 인수나 자금 대여를 통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4월에도 KH그룹과 쌍방울그룹이 함께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지속적으로 협력해왔다.
특히 배 회장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도 얽혀있다. 앞서 쌍방울은 2018년 11월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를 전량 매입한 곳이 김성태 전 회장이 소유한 페이퍼컴퍼니 '착한이인베스트'다.
당시 KH그룹 계열사 장원테크와 KHE&TS는 각각 30억원과 20억원을 착한이인베스트에 자금을 동시 대여한 바 있다. 사실상 KH그룹이 총 50억원을 쌍방울에 빌려준 셈이다. 검찰은 CB가 전환되며 생긴 자금이 이 대표의 변호사에게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검찰은 KH그룹이 쌍방울과 함께 이 대표가 경기도 지사 재임 당시 추진한 남북 교류 행사의 공동 주최 측인 아태평화교류협회에 후원을 하며 대북 송금 과정에 관여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KH그룹이 대북경협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송금을 지원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배 회장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입찰 방해 의혹도 받고 있다. 의혹은 지난해 9월 검찰이 쌍방울그룹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불거져 나왔다.
KH그룹 계열사인 KH강원개발은 2021년 6월 공개 입찰을 통해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가 갖고 있던 알펜시아 리조트 시설을 7115억원에 낙찰 받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입찰에 참여한 나머지 1개 업체가 KH그룹 계열사로 밝혀지면서, 입찰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KH그룹이 단독 입찰에 따른 유찰을 막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배 회장이 귀국 의사를 밝힘에 따라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방해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 수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