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코로나 대유행
공식 인정 앞두고 각지에서
봉쇄령 도입·해제 반복
북한이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전 대승'을 자축하는 TV프로그램을 방영한 지 이틀 만에 수도 평양에 봉쇄령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25일(현지시각)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가 북한 당국의 포고령을 토대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평양 주민에겐 이날부터 5일간 봉쇄령이 내려졌다. 호흡기 질환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라고 한다.
봉쇄령 영향으로 주민들은 일요일까지 집에 머물러야 하고, 하루에 여러 번 체온 검사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평양 외 지역에 봉쇄령이 내려졌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이번 포고령에 코로나19 관련 내용은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평양에서 확산되는 질환과 관련해 '통상적 감기(common cold)'는 언급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코로나19 가능성에 일단 선을 그은 모양새다.
문제는 호흡기 질환 증상인 발열, 인후통 등이 코로나19 감염 증상과 유사하는 데 있다. 북한 내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지난해 5월 12일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 앞서 각지에서 봉쇄령 도입·해제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관련 조치에도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중앙 차원에서 코로나19 발병을 인정하고 '최대 비상방역체계'를 도입해 강도 높은 방역정책을 이어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3개월 뒤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8월10일)를 주재하며 "신형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를 박멸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선 한해 성과를 결산하며 방역전 승리를 비중있게 언급하지 않아 관련 배경에 관심이 모였다. 일각에선 중국이 지난해 12월 '위드 코로나' 정책을 도입한 만큼, 중국과 교역을 재개한 북한이 재유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이 강도 높은 봉쇄조치를 가장 효과적인 방역정책으로 간주해온 만큼, 이번 봉쇄령의 연장 및 확대 정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앞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는 지난 23일 저녁 기록편집물 '조국청사에 특기할 해 2022년-건국 이래 대동란을 방역대승에로'를 방영하며 봉쇄조치가 방역전 승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자평한 바 있다.
프로그램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이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었다"며 "사상 초유의 그 위기 속에서 국가와 인민의 안녕을 지키고 뜻밖에 직면했던 가장 중대하고 위협적인 도전을 80여 일 만에 완전히 종식시킨 것은 우리 조국 역사에 일찍이 있어 보지 못한 격동적인 사변이었고 이 행성의 일대 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국 지역별 봉쇄 및 단위별 격폐 조치와 의심환자 격리 조치가 신속히 실시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강좌장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는 코로나19 발발 초기에 취한 국경 완전 봉쇄가 결정적인 선행 조치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음달 초 개최가 예상되는 대규모 열병식 준비 정황이 평양 김일성 광장과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포착되고 있어 방역 강화에 따른 일정 변동 가능성이 주목된다.
NK뉴스는 북한 당국이 "대규모 열병식을 위해 강추위 속에 민간인과 군인 수만 명을 동원해 야외에서 선전전 연습을 진행 중"이라며 "이번 봉쇄조치가 관련 훈련이나 열병식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