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항적' 인지한 실무자
'긴급상황' 아닌 것으로 판단
'軍 시스템' 대신 유선 보고
지난해 연말 북한 무인기 도발 대응이 '첫 단추'부터 어긋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증대로 소형 무인기 도발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졌고, 군 대응역량에도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합동참모본부는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북한 소형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을 때 우리 군의 각 기능실 및 인접부대 간 적극적인 상황 공유와 협조가 미흡했던 점이 이번 검열을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합참의 관련 전비태세검열 결과에 따르면, 육군 1군단의 한 장교는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19분 국지방공레이더를 통해 '초기 상황(미상항적)'을 인식했다. 이후 '특이항적'까지 포착했지만 이를 '긴급상황'이 아닌 '수시보고' 대상으로 판단했다. 합참 관계자는 레이더상으로 "10시 25분 북쪽에 있는 항적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판단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6분 만에 무인기 가능성이 있는 물체를 '특정'한 셈이지만, 해당 장교는 수시보고 판단에 따라 유선으로 군단 사령부에 상황을 보고했다. 고속상황전파체계, 고속지령대 등 신속한 정보 전파를 위해 마련된 '군 시스템'은 활용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이후에도 상부 보고가 유선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1군단은 상급 부대인 지상작전사령부에 11시 4분께, 지작사는 합참에 11시 11분께 유선 보고를 진행했다.
상황 전파가 유선으로 이뤄짐에 따라 수도방위사령부는 관련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채 10시 38분께 자체 역량으로 미상항적을 처음으로 인지했다. 이후 예하 부대의 추가 확인을 거쳐 특이항적을 합참에 보고한 시각은 11시 27분으로 조사됐다. 하루에 통상 2000여개의 미상항적이 레이더에 포착되는 만큼, 현재 우리 군 역량으로 실제 무인기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합참이 수방사 보고를 받기 전 지작사 등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만큼, 수방사에 빠르게 관련 정보를 전파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은 "합참에서 수방사에 알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합참에서도 나름대로 정상적인 보고를 받지 못했다. 다른 쪽으로 확인이 들어오면서 나름대로 확인을 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보고체계상에 혼선이 있었고 상황 보고와 전파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스템 연동 안돼
정보 공유 늦어져
이번 검열 과정에선 시스템상의 문제도 확인됐다. 실제로 1군단 국지방공레이더에 포착된 항적은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C2A)를 통해 각급 부대에 전파되고 있었지만, 수방사는 해당 시스템과 연동되지 않아 관련 상황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군은 이번달에 부랴부랴 전방 군단과 수방사의 C2A 연계를 매듭지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다"며 "항공이라는 건 금방 넘어간다. 전방 군단, 수방사뿐만 아니라 제2작전사, 해·공군 부대, 해공군 작전사 등 소위 합동 차원에서 C2A에 대한 소요를 확대할 수 있도록 (군 당국이) 잘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軍, 작전 수행체계 정립하고
실전 훈련 자주 진행키로
군 당국은 북한 소형 무인기에 대한 위협인식이 다소 부족했던 것은 물론 △작전수행체계 △작전 간 조치 △전력 운용 등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은 "우선 북한 소형 무인기에 적합한 작전 수행체계를 정립하겠다"며 "탐지·식별은 현재 운용 중인 전력을 최적화하겠다. 탐지 자산별로 획득된 표적 정보를 합참과 군단 간에 실시간 공유하는 체계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실전적 훈련으로 소형 무인기 대응 능력을 향상시켜나가겠다"며 "합참 통제하에 전 부대가 참여하는 합동 방공훈련을 (기존) 반기에서 분기 단위로 하되 2~3m급 소형 무인기를 가상 적기로 운용해 여러 군단과 작전사의 가용 전력을 통합 운용하면서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군은 소형 무인기 대응을 포함해 다양한 (북한) 도발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결전태세를 확립해나가고 있다"며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 실전 상황을 예행 연습하는 수준으로 숙달시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