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취약계층 위해 각각 10억·100억원 전달
SK이노베이션·GS칼텍스 "난방비 지원 내부 검토 중"
지난해 고유가 영향으로 역대급 실적을 낸 정유업계가 최근 횡재세 논란을 겪는 가운데 기부금 ‘자진납세’에 나서기 시작했다. ‘난방비 폭탄’을 맞은 서민층을 중심으로 커진 정유사들에 대한 원성이 이를 통해 잠재워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급상승한 난방비로 어려움을 겪는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에쓰오일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10억원을 지난 8일 전달했다. 기부금은 전국 사회복지기관을 통해 선정된 조손가정과 독거노인·장애인·다문화가정 등 에너지 취약계층 및 복지시설에 난방비를 지원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난방연료가 도시가스로 대부분 전환됐지만 일부 복지시설과 농어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등유를 난방에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취약 계층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지역 사회와 상생을 위해 난방비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현대오일뱅크도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성금 100억원을 기부했다. 성금은 한국에너지재단 등을 통해 전국 취약계층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주요 지원 대상은 정부의 ‘에너지 바우처’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저소득, 다가구, 한부모, 장애인, 자립준비청년 등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과 물가상승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 건강하고 따뜻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고 말했다.
이 같은 정유사들의 기부행렬은 횡재세 도입 논의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횡재세는 서민들이 ‘난방비 폭탄’을 맞은 반면 정유사들은 가만히 앉아 ‘떼돈’을 벌었단 이유로 정치권에서 불거진 이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정유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가 12조원이 넘는 흑자를 내자 횡재세를 걷어 취약계층을 위한 재원으로 삼아야한단 주장이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급격한 난방비 인상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국내 난방 연료의 80%는 정유사들과 무관한 액화천연가스(LNG)가 차지한다.
에쓰오일이 난방비 지원 계획을 발표하며 ‘난방연료가 도시가스로 대부분 전환된 가운데 등유를 난방에 사용하는 일부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횡재세 논란을 의식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분위기인지라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지원 행렬에 참여할 여지가 높다.
실제 국내 정유업계 시장점유율 1·2위인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조만간 난방비 지원 계획을 발표할 방침이다. 현재는 내부 검토 중으로, 구체적인 규모는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기부 같은 경우 업계 특성 상 변동이 심하다 보니 상황이 좋을 때 이뤄지는데, 재작년이나 작년의 경우 상황이 좋았고 최근 난방비도 급등해 복합적인 요인들도 기부를 검토하게 됐다”며 ”아직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발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매년 동절기마다 기부에 나섰기에 올해 기부의 배경으로 난방비 급등을 중점적인 이유로 꼽을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관련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매년 동절기마다 항상 기부를 진행해 왔는데, 어떤 기부가 효과가 클까 고민을 해왔다. 올해 같은 경우 이슈가 난방비 급등이 있지만, 이번 기부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