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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넘기 쉽지 않네" 갈 길 먼 디스플레이…삼성·LG 전략은


입력 2023.02.14 13:23 수정 2023.02.14 13:23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올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 작년 30% 수준

韓 디스플레이, 中 공세·OLED 수요 부진에 '이중고'

삼성·LGD, 복합 위기 속 비용 절감 및 프리미엄 확대 전략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전경.ⓒLG디스플레이

글로벌 경기불황이 디스플레이업계에 거세게 불어닥치면서 국내 업체들의 고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력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지 않아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현지업체 장악력이 높은 LCD(액정표시장치)에 편중돼 있어 수익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14일 시장조사기관 DSCC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 규모가 38억 달러(약 4조8000억원)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38억 달러는 지난해(120억 달러) 수준의 32%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LCD 투자가 올해 75% 감소하고 OLED는 64% 줄어들 것으로 진단했다. 투자 축소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올해 설비 신·증설을 거의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기존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례도 포함된다.


DSCC는 "패널 제조업체들이 신규 생산설비 투자를 지속적으로 늦추고 있다"며 "올해 디스플레이 장비 공급사들은 사실상 생존모드에 돌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024~2025년 설비 투자는 올해 보다 개선되지만 2022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당분간 소극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디스플레이업계가 설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절벽에 기인한다. IT 등 전방 산업의 재고 조정이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의 주력인 하이엔드 제품까지 미치면서 실적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여파로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다. 작년 4분기 영업손실 규모만 8760억원에 달한다.


국내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시급하지만 디스플레이 산업 사이클이 정상궤도에 진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DSCC는 디스플레이 수요 시장이 2025년까지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3년 뒤인 2026년에야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LCD를 중심으로 뚜렷한 판매 감소가 예상된다. 시장전망기관인 트렌드포스는 올해 LCD TV 패널 출하량이 전년 보다 3.1% 줄어든 2억5600만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LCD 물량 공세·한국 제조사들의 출구전략이 맞물리면서 LCD 점유율은 지난해 중국이 65.5%에서 올해 70.4%로 4.9%p 증가하는 반면 한국은 10.6%에서 4.6%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파이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한국 점유율 축소(6%p)가 더 크게 나타난 것은 그만큼 판매 감소폭이 가파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스플레이 수요 전망ⓒDSCC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수익이 부진한 LCD 대신 미래 성장성이 높은 OLED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LCD 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로 제품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수요 마저 부진해 사업 매력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LCD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55인치 TV 패널 평균 가격은 83달러로 지난해 3월 110달러와 비교해 24.5% 떨어졌다. 32·43·65인치 등 다른 크기의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저가 공세가 지속되는 한 이 같은 흐름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익 부진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6월 LCD 패널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7세대 LCD TV 패널 생산을 종료한 데 이어 중국 8세대 LCD 물량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했다.


LCD 물량을 축소하는 대신 OLED 수요를 정조준해 시설 투자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21년 중소형 OLED에 2024년 3월까지 3조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내년 가동을 목표로 8세대 IT용 OLED 라인을 투자한다.


다만 이 같은 선제 투자가 효과를 보려면 OLED, 마이크로 LED, QD-OLED(퀀텀닷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수요가 뒷받침돼야만 한다. 1~2년 뒤 상업생산 앞두고도 현재와 같은 업황 부진이 이어진다면 디스플레이업계의 반등을 장담하기 힘들다.


국내 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차세대 기술이 시장에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며,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LCD 수요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국내 업체들에게 부담요소다.


삼성전자 및 삼성디스플레이가 'CES2023'에서 선보인 77형 TV용 QD-OLED.ⓒ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복합 위기 속 기술 차별화·원가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모바일 등 중소형 부문은 하이엔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며, TV·모니터 등 대형 부문은 안정된 수율을 바탕으로 수익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LG는 LCD 출구 전략을 가속화하는 한편 OLED 비중을 전체 매출의 50%까지 점진적으로 높여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필수 투자 외에는 최대한 지출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4분기에만 1조6000억원 규모의 재고 조정을 단행했고 올 1분기에는 1조원 규모의 비용 절감을 추진한다.


올해 캐펙스(Capex·설비투자)도 지난해 보다 2조원 가량 적은 3조원대를 예상했다. 회사측은 "생산설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경상투자, 수요와 매출이 확정된 수주형 프로젝트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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