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혼모가 극심한 생활고 속에서 분윳값을 벌기 위해 성매매에 나섰다가 생후 8개월 영아를 홀로 둬 숨지게 했다. 재판부는 "취약계층을 적절하게 돌보지 못한 우리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며 미혼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김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윤호)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 3년과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 및 성매매 방지 강의 수강 각각 40시간도 명령했다.
30대 A씨는 임신 과정에서 낙태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가족과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2021년 10월 아들을 출산한 뒤 홀로 돌봐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 수입이 없었던 A씨는 기초생계급여와 한부모 아동양육비 등 매달 약 137만원으로 생활했다. 그러나 월세 27만원을 비롯해 영아의 분유·기저귀 등 양육비용을 전부 감당할 수 없었던 것. A씨는 결국 분윳값이라도 벌기 위해 성매매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1일 A씨가 집을 비운 사이 영아가 목숨을 잃었다. 당시 영아의 가슴 위에 놓여있던 긴 쿠션이 움직이면서 얼굴을 덮었다.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영아는 끝내 숨졌다. A씨가 집을 비운 지 겨우 2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조사 결과 A씨는 이날도 성매매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단지 범행 결과를 놓고서 전적으로 피고인만을 사회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중한 결과(영아 사망)의 발생에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 제36조 제2항은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피고인에 대해 실제로 이루어진 기초생계급여 등 일부 재정적인 지원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안전하게 보호·양육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 내지 자활의 수단이 충분하게 마련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영아의 검시조사 결과 몸에 외상이나 학대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어려운 형편에도 나름 최선의 애정을 가지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해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