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1320원대 마감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하는 등 '킹달러'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수출과 소비 등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0.4원 내린 132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대비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연일 1320원을 넘어 마감했다. 전날은 환율이 20원 가까이 급등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8.2원 오른 1323.0원에 마감했는데, 장중 고가 기준 지난해 12월 8일(1323.3원)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환율은 연초 진정세를 보이다가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난 22일 1300원대를 돌파하는 등 다시금 치솟고 있다.
환율 상승세는 미국의 긴축 기조가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를 통해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1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5.4로 전월 대비 0.6% 올라 시장 예상치(0.5%)를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4.7% 올라 시장 예상치(4.3%)를 웃돌았다. 같은 전망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12월 초 이후 석 달 만에 105를 넘어섰다.
미국 고용지표도 시장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실업률도 3.4%로 54년 만에 가장 낮았다. 비농업 신규 고용 규모도 51만7000개로 나타났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8만7000개)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고용시장이 활기가 돌면 임금 상승, 소비 촉진으로 이어지고 이는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미 연준이 이같은 지표를 근거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환율이 또 오름세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달러 강세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오를 수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 중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시장이 중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있는 등 이유로 작년 수준의 킹달러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등 우리나라 경제 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경기 침체 속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환율 상승, 즉 달러 강세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물가를 더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3.9% 급감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쉽게 안정될 거 같지는 않고, 환율도 다시 오르고 있어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며 "다만 인플레이션이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나빠지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추이를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