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높은 경각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겠다"고 14일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날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사태는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고강도 금융 긴축이 지속되면서 취약 부문의 금융 불안이 불거져 나온 경우"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이날 회의에는 추 부총리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SVB 파산 사태가 국내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국내 금융기관은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상이하고, 유동성이 양호해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국내 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과 4대 공적연금, KIC, 우정사업본부 등 투자기관 등의 관련 은행들에 대한 익스포저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아직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 시스템 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와 관계기관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당면한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해 금융시장 안정 유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계기관 합동점검체계를 24시간 가동해 국내외 시장 상황을 실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금융 시스템 전반의 취약 요인을 지속 점검·보완할 것"이라며 "필요 시 관계기관 공조 하에 신속히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금융당국은 지난 12일(현지시각) 파산한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예금자보호 한도(25만 달러)와 상관없이 전액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SVB 파산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무너진 워싱턴뮤추얼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인 만큼, 금융 시스템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