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정부 의무매입 시대 착오적 발상
가루쌀 등 대체 작물로 돌파구 찾아야
야당이 지난 23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강행 통과시킨 가운데 농민단체들도 일제히 반대의견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번 양곡관리법에서 가장 핵심인 농가 소득 보장이 빠졌다는 것이 농업단체들이 반대하는 이유다.
야당이 제시한 ‘정부 의무매입’으로는 농가소득을 보장할 수 없는데다, 갈수록 쌀 가격은 하락하고 생산비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양곡관리법이 쌀 생산농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배경인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국회에서 쌀 의무매입이 현실에 맞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개정안이 실현되면 쌀 매입에 매년 1조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야당에 설명했다.
쌀 매입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정 투입보다 가루쌀, 콩 등 대채작물에 집중해 쌀값 가격 하락을 방어 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근본적인 쌀값 하락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았다.
야당이 개정안을 강행처리하자 농민단체들은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이하 쌀전업농)는 쌀 농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쌀값 안정을 통한 쌀 생산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과 농가소득 안정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쌀값은 단기간 역대 최대 하락폭을 보이며 대란을 겪었다. 급기야 지난해 수확기에는 정부가 90만t을 매입하면서 전년보다 16.7% 인상됐다. 하지만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매입 이후 가격은 다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쌀전업농은 성명서에서 “수급조절에 국한된 정부 매입 의무화만 논쟁이 되고 있다. 농가소득 안정과 괴리된 채 단지 수급조절로만 끝나지 않도록 농업 생산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농업현장의 요청은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쌀전업농은 개정안에 대해 ▲쌀 생산 농업인의 삶의 질에 대한 우려 ▲농가소득 확대 방안에 대한 진중한 고민 ▲생면산업이자 국민의 주식인 쌀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견수렴과 협의가 실종됐다고 규정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축단협)도 농민들이 동의하지 않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라며 정부 정책에 힘을 보탰다. 축단협은 야당의 일방적인 개정안 통과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농업문제가 정치권의 이전투구 대상이 된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축단협은 “지난 2019년 쌀변동직불제를 폐지할 당시 변동직불제를 대체할 보완장치로서 쌀값 안정을 목적으로 쌀시장격리제도가 도입됐다”며 “때문에 정부가 쌀값 불안 시 국회, 농업계와 협의를 통해 적기에 시장격리를 시행토록하고 촘촘한 농가소득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축단협은 이어 “정부가 추진 중인 타작물재배지원 정책도 적극 확대해야 한다”며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면 본질에서 벗어난 정치권의 기계적 셈법이 아닌 현장 농민들의 민의를 반영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은 개정안이 누구를 위한 것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률 개정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구조적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쌀값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명분마저 야당이 스스로 훼손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농연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재의요구권 행사 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균형 잡힌 양곡정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전략작물직불제 ▲식량작물공동경영체 육성 사업 ▲식량작물 소비기반 구축 사업 ▲가루쌀 산업 활성화 등에 정부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