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협업·분업의 ‘송캠프’, 어떻게 이뤄질까 [송캠프의 진화①]


입력 2023.04.23 14:38 수정 2023.04.24 08:4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SM, 국내 송캠프 시스템 도입

아이돌의 앨범이 새로 나올 때마다 크레딧에는 한 명의 작곡가가 아닌 여러 명의 작곡가로 이뤄져 있으며 해외 작곡가의 이름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케이팝(K-POP)이 완성되어가는 현재 이 안에는 댄스, 랩,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작곡가와 프로듀서들이 한곳에 모여 하나의 앨범을 탄생시키는 협업, 분업 제작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와 경력을 떠나 탑 라이너(멜로디), 트랙 메이커(비트)들이 케이팝이라는 같은 목표 아래 만나면서 시너지를 일으킴과 동시에 독특하고 참신한 음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엔진이 됐다.


ⓒSM엔터테인먼트

국내 송캠프의 시작과 중심에는 SM엔터테인먼트의 실험적 시도가 있었다. 1998년으로 거슬러 가보자. SM엔터테인먼트가 핀란드 여성 듀오 나일론 비트의 '라이크 어 풀'(Like a fool)의 판권을 사와 국내 정서에 맞게 가공해 S.E.S의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로 발표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핀란드 곡 ‘라이크 어 풀’ 작곡가들과 컨택이 이뤄진 것을 시작으로 형성된 다국적 네트워크는 송캠프를 국내에 도입하는 바탕이 됐다. 단순히 해외에서 곡을 사 오는 것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글로벌을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 집단창작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2011년 SM TWON 공연을 위해 방문한 파리에서 SM 엔터테인먼트가 송캠프를 시작할 것을 알리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해외, 국내 작곡가들을 SM엔터테인먼트로 초청해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고 2012년에는 송캠프를 위한 스튜디오도 따로 제작했다.


ⓒSM엔터테인먼트

지금도 SM엔터테인먼트 송캠프는 최소한 한 달에 두 번 정도 활발하게 진행된다. NCT 태용이 송캠프에 참여해 곡을 기획, 조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소속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SM 송캠프의 대외적 위상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SM이 해외 작곡가들에게 곡 구매를 제안해도 크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해외에서 먼저 NCT, 에스파 등 소속 아티스트를 위한 곡을 역으로 제안하거나 송캠프에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오는 빈도수가 늘었다. 케이팝의 발전을 위해 우수 인재들과의 다양한 시도가 케이팝의 현주소를 바꿔놓는데 일조한 셈이다.


FNC엔터테인먼트도 자체적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송캠프를 진행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동안 여러 국가의 작곡가들이 모여 FNC 아티스트들을 위한 곡을 만든다.


대형 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는 규모 외에도 작은 규모의 협업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강남인디레코드의 서기준 대표는 보통 10~30명 이내의 인원을 신청 받아 다섯 팀으로 나눠 송캠프를 진행한다. 서 대표는 "노래를 팔기 위한 송캠프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의 목적은 송캠프를 통해 함께 노래를 만들며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다. 혼자 작업하다 보면 곡을 완성하는 게 힘들어, 함께 하면서 연습하는 과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송캠프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 중에서 완성도가 높은 곡은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가수들의 의뢰가 들어오면 건넬 수 있도록 만든다.


작사 퍼블리싱 베리굿즈 황유빈 대표는 작곡 송캠프에 영감을 받아 작사 중심의 송캠프를 열었다. 일반적인 개념의 송캠프를 통해 트랙 탑 라인이 완성되면 그 후 가사를 만드는 형식이다. 트랙과 탑 라인이 있는 데모곡이 완성되면, 작사가들이 모여서 1차로 개별적인 초안을 마련하고 중간 공동 세션 과정을 갖는다. 이때 도출된 해결책을 바탕으로 팀업을 하여 가사를 완성하든, 혹은 개별적으로 2차 안을 작업한다.


황유빈 대표는 "기존의 작사가들의 작업 방식은, 송캠프를 통해 만들어진 데모곡이 기획사에서 픽스가 되면 의뢰를 받아 데모곡에 가사를 입히는 방식이다. 이때는 짧은 기한 내 순발력과 많은 노하우를 통해 좋은 가사를 만들어내는 것이 경쟁력이다. 하지만 비교적 경험이 적은 작사가들이 기존 방식에서 좋은 가사를 만들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 송캠프를 통해 한 곡 가사에 대해 보다 많이 고민하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소통&피드백을 통해 수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을 거쳐 더 좋은 결과물을 도출하는 실전 기회를 가져보기 위해 송캠프를 기획했다"라고 밝혔다.


작사를 위한 송캠프를 진행하면서 국내 송캠프의 개선 및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생각하게 됐다. 황유빈 대표는 "작사가들도 초기 곡 제작 단계인 송캠프부터 함께하게 된다면 더 한국 가사의 아이디어를 곡과 호흡 맞추어 더 잘 살린 좋은 곡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작사가 뿐만 아니라 소속 트랙 메이커 및 탑 라이너들도 빛날 수 있는 모두에게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아 또 한 번 새로운 시도 중이다"라고 말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