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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소음에 앵무새 400마리 폐사…"참을 한도 넘었다면 건설사 책임" [디케의 눈물 77]


입력 2023.05.11 05:23 수정 2023.05.11 09:00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오피스텔 공사 시작 후 인근 사육장 앵무새 떼죽음…업주, 건설사 상대 소송

법조계 "소음기준 지켰어도…수인한도 초과 여부 및 소음과 피해 간 인과관계 따져 판단"

"애완동물도 소음피해 따른 손해배상 청구 가능하나…가축과 달라 인과관계 입증 힘들 것"

"환경권, 그동안 사람 기준으로만 다뤄…동물에게도 확장 적용한 판례"

ⓒgettyimagesBank

공사 현장의 소음이 규제기준을 넘지 않았더라도 이로 인해 가축이 죽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면 건설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소음기준에 부합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의 정도가 현저하게 커서 '참을 한도(수인한도)'를 넘는 경우에는 위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기준으로만 다뤘던 환경권, 소음공해 등에 대한 문제를 동물 및 가축에게도 확장해 적용한 판례가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앵무새 판매장 업체 대표 A씨가 시행사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A씨는 경기 안양시 한 건물에서 앵무새를 사육·번식해 판매하는 사업장을 운영해왔다. 그러다 2017년 인근 부지에 지상 15층 규모의 생활숙박 및 근린시설 신축 공사가 시작되자 소음·진동으로 인해 앵무새가 이상증세를 보였다.


이에 A씨는 안양시청에 16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또 소음·진동 탓에 앵무새 427마리가 폐사했다며 건설사 등을 상대로 3억445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과 2심 모두 "원고의 앵무새들이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소음·진동에 따른 스트레스 등으로 이상증세를 일으키거나 폐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은 "생활소음 규제기준을 넘지 않았다고 해서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굿플랜 김가람 변호사는 "수인한도란 공사현장 등에서 소음이나 공해 발생 시 인근 거주민이나 사업장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한다. 이번 대법원 판례의 경우, 가축의 수인한도를 따진 뒤 그에 따른 손해를 인정한 것이다"며 "크게 봤을 때 ▲ '수인한도' 초과 여부 ▲ 소음발생과 피해 간 상당인과관계 성립 ▲ 손해를 입은 청구인이 건설현장 들어오기 전부터 거주했는지 등 세 가지 조건을 만족했다면 손해배상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리더스 김희란 변호사는 "소음이 발생한 시간과 장소, 피해 업장과의 거리 등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소음 기준에 형식적으로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의 정도가 현저하게 커서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는 경우에는 위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며 "고속도로의 확장으로 인해 소음·진동이 증가해 인근 양돈업자가 양돈업을 폐업하게 된 사건에서, 양돈업에 대한 침해의 정도가 수인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한국도로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변호사는 "소음 발생과 사육용 앵무새의 죽음, 즉 재산상의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는 전문가 감정 등을 통해 입증했을 것이다"며 "사람이 소음으로 고통 받는 경우 당연히 인과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는데, 이때 수인한도가 곧 돈을 지급할 만한 사유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가축피해 인정기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가축피해 인정기준에 따르면 가축의 폐사·유산·사산·압사·부상 등의 피해유형에 대해선 최대소음 70dB(A)을, 성장지연·수태율 저하·산자수 감소·생산성 저하 등의 피해유형에 대해선 평균소음 60dB(A)을 각 해당 피해와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소음으로 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해당 사건 건물 신축공사로 앵무새 판매장에 발생한 소음은 이러한 가축피해 인정기준에 도달했거나 넘었다고 볼 수 있다.


ⓒgettyimagesBank

그렇다면 사육용 가축이 아닌 가정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도 소음 스트레스에 따른 질병 발생 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김예림 변호사는 "받을 수 있다"며 "가축이 폐사했을 경우 재산상 피해가 발생한 것인 만큼 그에 대한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와 달리 애완동물의 경우 동물병원 치료비 상당액을 보상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가축 피해 케이스보다 인과관계 입증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김희란 변호사 또한 "청구는 가능하겠으나 인과관계 입증이 굉장히 힘들 것이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도 '애완동물이 원래 건강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소음이 아닌 다른 요인이 문제가 돼 질병에 걸렸을 것이다' 등 주장을 할 텐데, 그럴 경우 더욱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에 대해 김가람 변호사는 "기존에는 사람을 기준으로만 환경권, 조망권, 소음 스트레스 등을 다룬 판결이 다수였으나, 소음에 민감한 가축 및 동물 등에 대해서도 확장해 적용한 판례가 나온 것이라고 본다"며 "사전에 여러가지 기준을 고려한 뒤 공사를 해야 한다는 가이드를 건설사에 제시한 판례다"고 부연했다.


김예림 변호사는 "건설사가 소음과 관련해서 더 충분한 조처를 취했어야 한다고 본다. 사전에 비용을 더 들여 충분히 예방했다면 오히려 사후비용이 덜 발생했을 것이다"며 "건설사의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준 대법원의 판례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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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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