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호주 깜짝 인상 '후폭풍'
미국 연준 동결 여부 '고차방정식'
3%대 물가상승률 속 한은 선택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의 향방을 두고 갈림길에 섰다. 캐나다와 호주가 예상을 깨고 깜작 인상 카드를 꺼내 들면서, 동결을 준비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선택에 더욱 시선이 쏠리게 됐다.
이제는 계속 연준의 뒤를 쫓기보다 저마다의 인플레이션 정도에 맞춘 각자도생 경향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주요국 중에서 물가 안정화에 앞선 모습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통화정책의 분기점을 맞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이번 달 14일(현지시각)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FOMC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15개월 동안 쉬지 않고 이뤄져 온 금리 인상에 마침내 제동이 걸릴지 여부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회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지난해 6월과 7월, 9월, 11월에는 각각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씩 올리며 유례없는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시장에서는 일단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00~5.25%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들어 불거지고 있는 은행권 부실 등이 신용 여건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하기 위해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해왔다.
다만 연준이 다음 달 FOMC에서 다시 한 번 기준금리를 0.25%p 올릴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6월 동결론이 우세해짐과 동시에 반대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퇴근 연준 인사들은 금리 인상을 한 차례 멈추는 것이 긴축통화 정책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신호가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금리 인상 중단을 선언했던 캐나다가 전격적인 유턴을 단행하면서 이 같은 경각심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이번 달 7일(현지시각)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4.5%에서 4.75%로 0.25%p 올렸다. BOC는 지난해 3월 이후 여덟 차례 금리를 올린 뒤 올해 1월 주요 7개국 중 처음으로 긴축 중단 신호를 내보였고, 이어 3월과 4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상태였다.
물론 전조는 있었다. BOC가 금리를 올리기 전날 호주 중앙은행(RBA)이 인상을 결정했다. RBA도 BOC와 마찬가지로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동결해왔지만, 지난 6일(현지시각) 금리를 3.85%에서 4.10%로 0.25%p 인상했다.
반전 요인은 인플레이션이었다. 캐나다의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 4.3%에서 지난 4월 4.4%로 높아지며 10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호주의 4월 물가상승률은 6.8%에 달했다.
BOC는 금리 결정 이후 낸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보다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며 "근원 인플레이션이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소비 회복 등으로 초과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립 로우 RBA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합리적인 기간 내에 목표치인 2%로 돌아올 것이란 확신을 주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바통을 이어 받을 한국은행의 의중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은은 다음 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논의한다. 한은도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 일곱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오다가, 올해 2월과 4월, 5월 금리를 현재 수준인 3.50%로 동결하며 숨고르기를 이어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나라가 앞서 다른 국가들과 달리 차별화된 통화정책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낮아졌고, 연말에는 2%대 진입도 기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국면이 다소 진정된 미국도 여전히 4%대의 물가상승률을 찍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맞춰 다른 국가들도 고강도 통화정책 긴축으로 대응하는 흐름이 지속돼 왔다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각자의 인플레이션 정도에 맞는 출구 전략 모색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