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8~9월 주요 도시 비즈니스석 '마감'
"마일리지 좌석은 옛날에 마감 됐다"… 10월까진 꽉 들어차
코로나 기저효과 지속, "쓸 때 쓰자" 영끌족 늘어
"열심히 모아뒀던 마일리지로 올 가을엔 비즈니스석타고 미국 좀 가보나 했는데, 좌석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 올해는 포기했어요. "
열심히 모은 항공사 마일리지로 올해 미국행 비즈니스석을 예약하려던 A씨는 지난달 예매 페이지에 접속하자마자 혼란에 빠졌다. 이미 10월까지 비즈니스석 좌석이 마감된 것. 하는 수 없이 제값을 주고 예약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주요 시간대 좌석은 예약이 마감돼 쉽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비즈니스 석보다 일반석 마감이 빠른 중단거리 노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초 방콕에 다녀온 B씨는 "일반석은 반 이상 비었는데 왕복 비즈니스석은 모두 꽉 차있었다"며 "전에는 관광지의 경우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항공사 비즈니스석이 꽉꽉 들어찼다. 기존엔 마일리지 이용 고객 외 제값을 주고 타는 비즈니스석의 경우 예약이 어렵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선 일반석보다 먼저 마감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3년만에 열린 하늘길에 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심리가 작용하면서 '가성비' 보다는 돈 쓸 땐 쓰자는 '영끌족'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1~5월 비즈니스 좌석 탑승률은 지난 2019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LA 노선은 20%가량 증가했고, 동남아 노선 역시 같은 기간 약 15% 증가했다.
마일리지를 통해 승급할 수 있는 보너스 좌석 역시 벌써 8, 9월 전석 마감됐다. 인천~뉴욕, 인천~LA 노선은 일찌감치 10월 초까지 예약이 마감됐으며, 인천~독일 노선도 10월 둘째주까지 모두 찼다. 인천~바르셀로나, 인천~비엔나 노선 역시 9월엔 예약 가능한 날짜가 없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천~뉴욕 노선 역시 8~9월 예약이 모두 마감된 상태다.
발리 등 휴양지 노선의 경우엔 더욱 두드러진다. 대한항공의 인천~발리 노선 예약은 9월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비즈니스석이 대부분 마감된 상태다. 마일리지로 이용 가능한 보너스 좌석의 경우엔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이미 자리가 찼다.
이는 항공업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상적으로 장거리 보너스 좌석은 상대적으로 예약이 일찍 마감된다지만, 일반 예약의 경우 비싼 가격 때문에 좌석이 모두 마감되는 일은 흔치 않아서다. 비즈니스 좌석은 제 값을 주고 예매할 경우 일반석과 비교해 가격이 약 3배 정도 비싸다. 마일리지 좌석 역시도 코로나 이전 기준 평년보다 빨리 예매가 마감된 편이다.
일반석보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석 수요가 최근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은 팬데믹에 따른 해외여행 보복 심리가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3년 만에 하늘길이 열리면서 여행 심리가 회복됐을 뿐 아니라 여행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비용을 아끼지 않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변화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고객들이 많아 비즈니스 좌석은 마일리지를 중심으로 예매가 되고, 일반석 좌석 마감이 더 빨랐다"며 "코로나를 기점으로 가성비를 추구하던 여행 트렌드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의미의 신조어)' 로 변화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보복 여행 심리가 올해 내내 지속되면서 항공업계는 내년 초까지 여행 수요가 끊기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2분기의 경우 항공업계의 비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2분기 여객 수요가 1분기보다 더 늘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공항을 통해 국제선을 이용한 승객은 1560만명으로, 1분기 1388만명보다 12.4%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는 통상적으로 1분기보다 여객 수요가 현저히 줄어야하는데 올해는 코로나 기저효과가 기대했던것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4분기까지도 여객수요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며 "기재도입과 노선 및 운항 편수 확대로 여객 수요를 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