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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군 경례할 때, 여군은 애교포즈'…성차별 논란에 조형물 철거됐다


입력 2023.10.17 13:29 수정 2023.10.17 13:29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남군(男軍)은 거수 경례를 하는 반면 여군(女軍)은 허리에 한 손을 올리고 고개를 살짝 숙이는 등 마치 애교 부리듯 화이팅하는 자세로 기념 등신대를 제작한 경기 파주시가 조형물을 철거했다. 성차별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군성폭력상담

17일 군인권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파주시는 시내 도라산전망대 잔디광장에 설치된 군인 형상 구조물 2점 가운데 여군 등신대를 지난달 30일 철거했다.


해당 구조물은 남성과 여성 육군 간부를 형상화한 것으로, 얼굴 위치에 구멍을 내 전망대 방문객이 본인의 얼굴을 넣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제작됐다.


하지만 남군 구조물의 바른 자세와 달리 여군 구조물의 자세는 다르다. 동일한 군인이지만 여군 구조물은 애교를 부리는 자세로 군인 역할에 충실하지 않아 보인다.


군성폭력상담소는 "문제의 구조물은 성차별적 역할을 고착화하는 것으로서 왜곡된 성별 역할을 심어줄 수 있으며, 군인으로서 일선 현장에서 땀 흘리며 복무하는 여군을 차별하고 배제한다"며 "이러한 일상 속 차별과 배제는 향후 여군이라는 귀중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군성폭력상담소는 해당 구조물 설치가 여군에 대한 차별이자 명백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판단하고 지난 9월 26일 국방부와 파주시에 구조물의 철거와 변경을 요구했다.


파주시는 문제가 된 여군 조형물을 철거만 했지만 새로운 등신대를 다시 제작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군성폭력상담소는 "상담소의 시정 요구로 성차별적 요소를 인정하고, 즉각 철거한 파주시의 조치는 유의미하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아쉬운 것은, 구조물을 남군처럼 올바른 경례 자세의 여군으로 변경 설치하거나 남군도 동반 철거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성인지 감수성에 입각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상황 자체를 지우는 소극적 방식으로, 성차별 문제해결에 대한 파주시의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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