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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빠진 '맹탕' 연금개혁안에…치솟는 후세대 보험료 [尹정부 민생현안]


입력 2023.11.03 07:00 수정 2023.11.03 07:00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연금개혁 핵심인 보험료율 인상 목표 無

내년 4월 총선 앞두고 인상 카드 묵혀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지으며 회견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연금 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 수급개시연령, 소득대체율 등의 수치가 빠진 '맹탕 연금개혁안'을 내놨다. 말하자면 국민이 매달 내는 보험료율을 얼마나 더 올릴지, 언제부터 받을지, 받을 연금이 어느 수준일지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의지를 갖고 국회를 설득해도 될까 말까인데 이런 안을 내놓으면서 연금개혁안 입법화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연금 개혁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3대 개혁(연금·노동·교육 개혁) 중 하나였던 만큼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이러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관련 의견이 다양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폭넓은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국회 연금개혁 특위에서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구조개혁 논의가 진행중인 점을 들었다.


역대 정부가 번번이 개혁에 실패한 사이 국민연금의 상황은 최악이다. 지난 25년간 보험료율은 9%로 묶여 있었고, 이로 인해 연금기금은 2040년 정점(1755조원)에 이른 뒤 이듬해부터 적자로 돌아서 2055년 소진된다.


이후 연간 적자가 급격히 증가해 2060년 350조원, 2090년 754조원으로 악화한다. 이렇게 되면 후세대는 2060년 소득의 30%, 2080년 35%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이런 일을 막고자 지난해 8월부터 재정계산위원회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보험료(9%)를 두 배(18%)로 올려도 '70년 튼튼' 연금이 될까 말까였다. 재정계산위원회는 그나마 수용 가능한 대안으로 보험료 15%를 선호했으며, 마지노선으로 12%도 나왔다.


재정계산위원회는 24개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는데, 유력한 대안이 '보험료 15%, 연금수급개시연령 68세로 연장, 기금운용수익률 1%p 상향'이었다. 하지만 이 중 기금수익률 부분만 취하고 두 가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는 한꺼번에 15%로 가기 힘들면 우선 현 정부에서 12%까지만 올리고, 이후 숙제는 다음 정부에 맡기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25년간 묶인 '보험료 9%'라는 마의 벽을 깨는 게 절실한데도 정부가 외면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료를 15%로 올리고 수급개시연령을 68세로 늦춰도 '70년 튼튼'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상황이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최소한 보험료 12% 안을 제시해야 했는데 너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공론화 없이 구체적 수치를 제안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실 지금껏 전문가 토론회, 국민토론회 등 셀 수 없이 많이 열었다. 그간 재정계산위원회·국회 연금특위에서는 다루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샅샅이 훑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추가 논의가 아니라 구체적인 인상 비율 등을 정해 국민을 설득하는 것인데 정부는 그 결정을 국회에 떠넘겼다. 정치권은 내년 4월 총선까지 제대로 손을 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민생이 어려운 때에 보험료 인상 카드가 불리하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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