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중요성 커졌고 경찰 출신 변호사들, 비리 연루 잦아져"
"경찰·검사·판사 전관들 대형로펌 취업 막고 있다? 임시방편일 뿐…법조인 스스로 깨끗해져야"
"임정혁·곽정기 주거지 압수수색은 피의자 소환 조사 전 '확실한 증거' 확보하기 위한 절차"
"수사 무마 명목으로 금품 수수했더라면 변호사법 위반…다른 목적 없이 돈 받았어도 사기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기소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드는 듯했던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수사가 정치권을 넘어 법조계까지 확대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힘이 실리며 이들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자 경찰 출신 변호사들이 이런 사건에 자주 연루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경찰뿐만 아니라 검사, 판사 등이 퇴임하면 대형로펌 취업을 일시적으로 막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궁극적으로 법조인들 스스로가 자정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김용식)는 전날(27일)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의 수사 무마 등 명목 금품수수 사건 관련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임정혁 전 법무연수원장과 곽정기 전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기소로 마무리 될 것 같았던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은 지난 1일 이모 전 KH부동산디벨롭먼트 회장이 체포되면서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 수사 과정에서 임·곽 두 사람이 수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피의자로 입건했다.
법률사무소 태룡 김태룡 변호사는 "검찰이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은 사건이 어느 정도 소명이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원에서도 영장을 발부해준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얼토당토않은 사안이라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주지 않는다. 영장이 발부됐다고 모든 사건이 기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혐의점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실제 수사 단계에서 임 전 법무연수원장과 곽 전 수사대장이 수사 무마 명목으로 금품만 수수했더라도 변호사법 위반을 한 것이기에 처벌 대상이 된다. 검찰에서도 이같은 부분을 인지하고 있기에 변호사법 위반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며 "다른 목적 없이 돈을 수수했더라도 사기죄가 적용된다"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이 대표 기소로 마무리되는 것 같았던 백현동 수사를 다시 살펴본다는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잘 풀리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검찰 내부에서 백현동 수사 관련자들을 기소했을 때, 유죄를 받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위기감을 가졌기에 다른 혐의점들을 찾아낸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곽 변호사는 "과거 경찰, 검찰 혹은 판사 출신 전관들이 돈을 목적으로 인맥을 이용해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곤 했다. 특히 경찰의 경우 초기 수사를 담당하다 보니 재량의 범위가 넓어 이같은 일에 연루되는 경우가 더 많은 편"이라며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대한 힘이 더 실리며 이들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졌다. 그래서 경찰 출신 변호사들이 이와 같은 사건에 더 연루되고, 로비 전면에 나서게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평안 김규현 변호사는 "검찰이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두 사람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는 것은 압수물 분석 외에도 다른 혐의가 있어 충분히 출석 요구를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면 된다"라며 "특히 주거지를 압수했다는 것은 피의자 소환 조사 전에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김 변호사는 "전관들이 개업을 하기 전에 대형 법무법인 취업 제한도 막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전관 명함을 악용하는 것에 대해 엄벌을 하는 등의 방법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이같은 일들을 막기 위해서는 법조인들 스스로가 깨끗해지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