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직 당국자들, 북한의
전쟁 결심 가능성에 '의구심'
전문가 "김정은, 자살적 수준의
결단하지 않는 한 전쟁 어려워"
'남한 점령'을 공언한 북한의 국지도발 및 전쟁 개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실현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일부 해외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실제 전쟁을 결심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지만, 북한의 전략적 목표를 감안하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경제제재를 형해화하려는 북한 숙원을 감안하면, 최근의 '말폭탄'은 대미 협상을 염두에 둔 긴장 고조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개최한 '한미일 협력 강화' 포럼에서 "북한이 전쟁을 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북한의 전략적 계산은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고도 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미사일을 강화해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과 협상에 나서려는 구상에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성 김 전 미국 대북특별대표도 "북한의 접근법에 근본적 변화가 있지 않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북한이) 한국과 전쟁을 벌이기로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것이 큰 실수라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최근 동아시아연구원(EAI) 논평에서 "북한이 한국을 향해 전쟁을 시도할 가능성은 없다"며 "김정은이 거의 자살적 수준의 결단을 하지 않는 한 전쟁에 나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핵사용 시 북한 정권 종말'을 공언해 온 만큼, 김 위원장이 자신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 제거를 각오하고 핵버튼을 누르긴 쉽지 않을 거란 설명이다.
결국 핵마시일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북한의 연이은 위협은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둔 긴장 조성 성격이 크다는 평가다.
박 교수는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끝난 후, (북한이) 내년 상반기에 미국과의 담판을 준비한다고 본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올 한해 긴장을 조성하면서 존재감을 최대치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전쟁 발발 시 남측을 핵미사일로 공격해 완전 점령하겠다'며 발언 수위를 끌어올린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북한 입장에선 '조건 없는 대화'를 견지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보다 정상 간 친분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기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현 대통령 대북정책의 '실패'를 선전할 수 있도록 핵실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 교수는 "김정은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편을 들겠다고 생각하면, 11월 전에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가 '바이든 대북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는 선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는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연이어 제기하고 있다. 마체고라 대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북한의 국경봉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현지에 머무르며 북한 입장을 외부에 알려왔다.
마체고라 대사는 지난 7일과 10일 각각 보도된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도발이 계속될 경우, 북한이 방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시나리오"라면서도 "만약 이런 일(북한 핵실험)이 일어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에 있다"고도 했다.
국제사회의 공식적 핵보유국인 러시아가 북한의 불법 핵개발을 사실상 용인하는 메시지를 내놓은 셈이다. 북한은 그간 방어적 성격의, 자위력 확보 차원의 핵개발 '정당성'을 강조해 왔다.
한편 정부는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북한 핵실험은 정치적 판단 시 언제든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시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설명드릴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