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김정은의 '꿈'…14년 전 '서해 악몽' 재현?


입력 2024.02.16 03:00 수정 2024.02.16 03:0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北, '해상 국경선' 최초 언급

지대함 미사일 발사 지켜본 김정은

"무력행사로 해상 주권 지킬 것"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오전 "지상대해상(지대함)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 시험을 지도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신형 순항미사일의 실전 배치 가능성을 시사하며 백령도·연평도 북쪽 해역에서의 군사대비태세 강화를 언급했다.


남북의 실질적 영해선 역할을 해온 북방한계선(NLL)을 '국제법적 근거나 합법적 명분이 없는 유령선'에 비유하며 남측 함선이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폈다.


무엇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해상 주권을 실제적인 무력행사로, 행동으로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지난 2010년처럼 서해 일대에서 무력 도발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김 위원장이 전날 오전 "지상대해상(지대함)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 시험을 지도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검수사격 시험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했다"며 "동·서해 함대 해안미사일병대대 전투편제 개편안에 대해 중요결론을 줬다. 지상대해상 미사일 역량을 전진배치하고 최대로 강화해 해상 국경선을 믿음직하게 방어하고 적 해군의 모험적인 기도를 철저히 제압·분쇄할 데 대한 방도들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한국 괴뢰들이 국제법적 근거나 합법적 명분도 없는 유령선인 '북방한계선'이라는 선을 고수해 보려고 발악하며 3국 어선·선박 단속과 해상 순찰 같은 구실을 내들고 각종 전투 함선들을 우리 수역에 침범시키고 주권을 심각히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가 해상 주권을 그 무슨 수사적 표현이나 성명, 발표문으로 지킬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무력행사로, 행동으로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들이 구축함과 호위함, 쾌속정을 비롯한 전투 함선들을 자주 침범시키는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할 데 대한 중요지시"를 내렸다.


김 위원장은 "조선 서해에 몇 개의 선이 존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시비를 가릴 필요도 없다. 명백한 것은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 국경선을 적이 침범할 시에는 그것을 곧 우리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무력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오전 "지상대해상(지대함)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 시험을 지도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NLL을 인정할 수 없다며 헌법에 영토조항을 신설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해상 국경선'은 관련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NLL 일대 수역을 영해로 주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해상 국경선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며 '투 코리아(Two Korea)' 기조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남측을 '제1적대국'으로 상정하는 '한반도 내 2국가 정책'이 해상 국경선 설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신형 지대함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며 해상 국경선 수호, 연평도·백령도 북쪽 수역에서의 대비태세 강화 등을 언급한 만큼, 서해 일대에서 무력시위가 잇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북한은 서해 일대 해안포 포문을 연일 수 개에서 수십 개씩 개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다음달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된 데다 4월부터는 서해 꽃게잡이가 본격화돼 해상 경계선을 둘러싼 남북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을 직접 위협하지 않는, 국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CSIS)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근무 당시 북한의 예상 도발 시나리오를 점검한 바 있다며, 관련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인 '서북도서 점령'을 북한이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0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피해를 받은 건물들이 안보교육관으로 보존된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우리 군은 NLL 수호 의지 재확인하며 직접 도발 시 압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NLL은 우리 군의 변치 않는 해상경계선"이라며 "우리 군은 대비태세를 완비한 가운데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북한이 서해 도발을 시사한 뒤, 다른 지역에서 군사행동을 벌이는 '성동격서식 도발'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다양한 도발을 대비하고 있다"며 "도발하게 되면 단호히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군사적 대비태세와 별개로, 정부는 민간 어선 등으로 인한 남북 군 당국 간 우발적 충돌이 확전으로 번지지 않도록 통신선을 복원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발신하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최근 한 좌담회에서 "남북 사이에 오판에 의한 군사적 분쟁이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는 군사적 오판과 확전을 막기 위해 북한에 수차례에 걸쳐 통신연락선 복원을 촉구해 왔다. 다시 한번 이것(통신연락선 복원)을 촉구한다. 정부는 복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군 장병이 남북 서해지구 군 통신선 시험통신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국방부/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