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자전거 거치대마다 절반 가까이는 버려진 폐자전거…도시 흉물
버려진 것인데도 자물쇠 채워져 있어 지자체가 치우기도 곤란
안 타는 자전거 재활용되는 비율 적어…방치말고 기부하면 정비·수리 거쳐 '재생자전거'
서울시, 재생자전거에 '정비사 실명제' 도입…"안심하고 타세요"
자전거는 친환경적인데다가 현대인의 운동 부족까지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이런 장점때문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지만 그만큼 버려지는 자전거도 많아지고 있다. 자전거를 폐기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대형폐기물 처리 요금은 고작 4000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이용자들의 무단투기로 공공 보관소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자전거들은 거리 미관을 크게 해치며 도시의 '흉물'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안 타는 자전거를 그냥 방치하지 말고 구청이나 시청에 기부하면 정비와 수리를 거쳐 '재생자전거'로 활용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기부를 당부했다.
26일 데일리안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의 자전거 보관소 5곳을 확인한 결과 이곳에 보관된 자전거는 총 52대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 최근에 주행한 흔적이 있는 자전거는 15대에 불과했다. 나머지 자전거 37대는 모두 바퀴에 바람이 빠져 있거나 기어와 체인에 새빨갛게 녹이 슬어 최소 두 달 정도는 그냥 방치된 상태로 보였다.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자전거는 이날 내린 비로 인해 녹물이 줄줄 흘러내릴 정도였다.
대규모 자전거 보관소가 있는 곳에서는 방치된 자전거를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대림역 7번 출구 앞 자전거 보관소에는 어림잡아 200대 가까운 자전거가 인도 양 옆으로 줄지어 놓여있었다. 녹이 심하게 슬었거나 부품이 파손돼있는 등 오래 방치된 흔적이 남은 자전거만 세어봐도 70대가 넘을 정도로 버려진 자전거가 많았다.
이로 인한 시민 불편도 상당하다. 대림역 인근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방치된 자전거가 너무 많다보니 보기 안좋은 것은 물론이고 인도가 좁아져 불편하다"며 "버릴거면 고물상에 넘길 것이지 왜 보관소에 묶어놔서 자리만 차지하게 하는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녹슨 자전거를 만지다가 상처라도 나면 파상풍에 걸릴 것 같다"며 "우리 집 애들에게는 절대 만지지 말라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전역에서 수거한 폐자전거는 모두 1만4093대에 달한다. 하루 평균 40대가 넘는 자전거가 수거된 것으로, 무단으로 버려진 자전거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성북·영등포·구로·중랑·노원 등 10개 자치구의 광역자활센터에 '우리동네 자전거포'를 설치해 자전거 재생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재생작업을 거쳐 다시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는 2266대로 전체 폐자전거의 16%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의 폐자전거들이 방치된 기간이 길다보니 손상도 심하기 때문이다.
오래 방치되기 전에 일찍 수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대한 법률 시행령' 제11조(무단방치 자전거의 처분)제1항에는 10일 이상 공공장소에 무단으로 방치되어 통행을 방해하는 자전거는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이 수거처리 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수거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방치된 자전거라고 할지라도 엄연한 사유재산이지만, 자전거에는 번호판이 달려있지 않아 누구의 소유물인지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전거에 자물쇠라도 채워진 경우에는 혹시라도 모를 재산권 침해 분쟁이 일어날 수 있어서 지자체에서 수거하기가 더욱 조심스럽다. 그래서 오래 방치돼 손상이 심해지고 폐기된 물건임이 확실해 질 때가 돼서야 수거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시 도시교통실 보행자전거활성화팀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시에서도 각 자치구에 '우리동네 자전거포'를 설치하고 적극적으로 방치자전거 재생 활성화를 권장하고 있다"며 "재생 자전거는 저소득층 가정에 기부하기도 하고 판매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등 재활용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폐자전거는 방치된 기간이 길다보니 손상이 심해 고철로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안 타는 자전거는 그냥 방치하지 말고 구청이나 시청에 기부해주시면 더 원활하게 재생사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전거의 품질은 곧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재생자전거 역시 품질은 보장돼야만 한다. 이날 데일리안이 자전거 재생센터를 직접 찾아 확인한 결과 재생 자전거의 품질은 새것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정비와 수리가 확실하게 이뤄졌다.
'우리동네 자전거포' 영등포대림점 관계자는 "시중에서 60만원대에 새 제품으로 판매되는 자전거와 같은 모델을 이곳에서는 20만원대의 재생자전거로 구입할 수 있다"며 "재생자전거지만 주행성능에는 전혀 이상이 없고 각 자전거마다 정비사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새 자전거와 최대한 동일한 품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쓰고 있으니 안심하고 타도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