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다드·개인투자자 요구 부합 관건
MSCI, 韓 공매도 접근성 악화 평가…첫 지적
외인, 파생 시장 교란 확대…제도 정상화 시급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공매도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매도 재개 시점이 내년으로 밀린 가운데 재개 속도를 내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제도 개선 최종안에 담길지 주목된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공매도 제도 개선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공매도 전면 금지 기간이 이달 말 까지였던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인 호흡으로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공매도 재개 시점은 사실상 내년 초까지 연기된 모양새다. 당국은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까지 공매도 재개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는데 ‘불법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NSDS·Naked Short Selling Detecting System)’ 구축은 빨라야 10개월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되는 최종안은 시장 참여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제 표준(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면서 개인 투자자를 실망시키지 않아야 해 고려해야 할 점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금융당국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당국은 그간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직접 대면해 소통하고 개인투자자들과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들었던 만큼 교집합 마련에 자신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3차)’에 참석해 “개인·기관·외국인 투자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며 “다각도의 노력을 통해 마련한 제도개선 최종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공매도 재개가 한 차례 늦춰졌던 만큼 최종안이 마련되면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강조한다. 작년 11월 공매도 전면 금지를 시행하던 때와 달리 밸류업 정책이 추진 중인 상황이라 공매도 재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단 지적이다.
최근 세계적인 주가지수 산출 업체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한국의 공매도 접근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평가 했다. 지난해 11월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 MSCI의 첫번째 공개 지적이다.
MSCI는 오는 20일 연례 시장 분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공매도 금지에 따라 한국이 선진(DM) 지수로 편입될 가능성은 사실상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내년이다.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려면 지수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1년 이상 올라야 하는데 공매도 재개 시점이 재차 미뤄진다면 내년에도 위치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은 낮아질 전망이다.
MSCI 선진 지수 편입은 밸류업 측면에서 볼 때 중요한 과제로 평가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22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증시가 MSCI 선진 지수에 편입될 경우 50억~60억 달러 범위의 자금 순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당국이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와 영문 공시 의무화를 통해 외국인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MSCI 선진 지수 편입은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지목된다.
이복현 원장도 “정부는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공매도 제도개선 또한 신뢰도 제고를 통해 우리 자본시장을 한 단계 성장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매도 금지에 따른 ‘풍선효과’도 공매도 제도 개선이 시급한 이유로 지목된다. 최근 외국인들은 우회적 방법을 통해 공매도와 유사한 효과를 내기 위한 투자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매매 동향이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어 제도 정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정 한국투자연합회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파생 시장은 외국인 놀이터로 전락한 지 꽤 오래됐다”며 “증거금과 세금과 자기자금 없이 하루에 12조원의 코스피200 선물 매도를 통해 주식시장을 교란시키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전문 유튜버 겸 전업 투자자인 전인구 전인구경제연구소장은 “최근 3개월 동안 파생이라든가 현물 쪽 흐름을 봤더니 공매도가 없어도 외국인들이 전략을 포지션을 취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더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야구로 치자면 불법 슬라이더에 대해 규제를 준비를 했더니 커브로 해결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