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AV 배우로 데뷔해"…선 없는 유튜브 예능·무책임한 소속사 대처 [기자수첩-연예]


입력 2024.06.23 07:00 수정 2024.06.23 07:0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노빠꾸 탁재훈' 측은 사과

C9 "문제 없다"

'피식대학'이 지역 비하 발언으로 유튜브 예능 콘텐츠의 선 넘은 표현들이 문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이번에는 '노빠꾸 탁재훈'이 걸그룹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튜브 예능이 자율성 아래 가져가야 할 책임과 한계에 대해 재고하는 창작자의 태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논란은 지난 19일 채널 '노빠꾸 탁재훈'에 출연한 일본의 AV 배우 오구라 유나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게스트로 출연한 오구라 유나는 자신의 신작 홍보를 이어가던 중 새롭게 합류한 시그니처 지원에게 "인기 많을 거 같다. 몸매가 좋다. 꼭 데뷔해달라"라고 제안했다. 지원은 "이미 한국에서 데뷔하기는 했다"라고 수습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탁재훈은 "그거랑 다르다"며 오구라 유나가 언급한 건 'AV 배우'라고 강조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된 후 논란은 거셌다. 오구라 유나는 지원을 칭찬하기 위한 발언이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일본식 AV 영화가 국내에선 불법으로 규정돼 있고 한국과 일본은 AV를 향한 문화적 시각과 해석 차이가 있다.


난감해 하는 지원의 반응을 웃음으로 소비하려는 편집의 기획의도도 보였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불쾌감을 쏟아냈고 '노빠꾸 탁재훈' 측은 해명이나 사과 없이 해당 장면을 삭제해 더욱 불씨를 지폈다. 결국 제작진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노빠꾸 탁재훈' 제작진은 "이번 이슈는 전적으로 제작진의 불찰이며, 시청자분들이 우려하시는 바와 같이 새롭게 MC 합류한 지원에 대한 배려가 없었음을 인정하여 이에 제작진은 지원과 C9엔터테인먼트(이하 C9) 관계자를 만나 진심 어린 사과를 전달했다"고 했다.


이어 "또한 녹화 현장에서, 지원에게 질문한 내용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탁재훈은 만류했으나 현장의 재미만을 위해 편집 과정에서 탁재훈의 의도가 드러나지 않게 편집이 된 점에 대해서도 탁재훈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반면 C9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C9 측은 "촬영 당시 탁재훈과 신규진은 해당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고 더불어 제작진 측으로부터 편집본을 사전에 공유 받았으나 노빠꾸 채널에서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방송 송출본에 대한 이견이 없음을 전달했다"라고 전했다.


여기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C9 엔터테인먼트의 대처다.


'노빠꾸 탁재훈' 측은 흥미 위주의 콘텐츠로 자극적 발언이 일으킬 문제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창작자로서 사과를 했지만, 오히려 C9 측은 소속 아티스트가 아닌 '노빠꾸 탁재훈'을 옹호하는 입장문이 의아함을 자아냈다.


소속사는 출연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진과의 사전 합의와 편집본 공유를 이유로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현장에서 MC 탁재훈이 문제를 인식해 만류했던 발언을 왜 소속사는 짚어내지 못한 걸까. 당사자는 문제 없으니 시청자들이 느낀 불쾌감은 상관없다는 의미일까.


이번 논란은 유튜브 예능의 자유로움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지만, 그 자유가 무분별한 발언과 행동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유튜브 예능이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콘텐츠 제작자들과 소속사 모두가 출연자와 시청자 등 다각적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자세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