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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상장 승인 무효…신뢰도 하락에 무책임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4.06.25 07:00 수정 2024.06.25 10:34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이노그리드 상장예심 승인 취소 사태 일파만파

후폭풍 속 회사·주관사·거래소 책임 회피 급급

규제 강화 대신 투명성 키울 수 있는 방안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코스닥 시장 개장 이후 처음으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의 승인이 취소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시장에서는 후폭풍이 강하게 부는 가운데 주인공인 이노그리드는 물론 상장주관사 및 한국거래소·금융감독윈 등 당국도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이노그리드가 상장예비신청서에 최대주주 지위 분쟁 관련 내용을 누락했다며 승인결과 효력을 불인정 결정했다. 이는 지난 1996년 코스닥 시장이 출범한 이래 사상 초유의 사태다.


거래소는 이노그리드가 상장심사의 핵심적인 사안인 경영권·최대주주 지위 분쟁 관련 사항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상장예비심사신청서 등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노그리드 측은 당시 문제가 된 부분을 경영권 ‘분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고 향후 분쟁의 가능성이 있으리라 예측하지 못한 것일 뿐 의도적으로 숨긴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예비 상장사의 오판과 주관사와 당국의 안이함·시스템 허점 등이 작용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에 그동안 해당 사안을 발견하거나 해결하지 못한 금감원과 거래소 등 당국과 유관 기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문제는 사태와 관련된 당사자들 모두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상장주관에 따른 인수업무조서에는 기업실사 관련 사항이 담기지만 해당 사항에 경영권 분쟁 같은 법률 실사는 담기지 않아 이를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과 거래소 등 당국도 절차 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법적 분쟁으로 이어져 기업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가능성보다도 이러한 내용을 사전 심사 단계에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 승인 취소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례가 지난해 파두의 공모가 ‘뻥튀기 상장’ 논란 이후 안정을 찾아가고 있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신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노그리드의 경우 지난 2월 증권신고서를 처음 제출한 후 무려 7차례나 이를 정정하는 등 당국의 빡빡한 검사를 통과했지만, 하루아침에 상장이 취소되는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거래소에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에 거짓을 기재하거나 중요사항을 누락할 시 현재 1년으로 정해진 상장 예비심사 신청 제한 기간을 3~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예비 상장사들의 의지를 꺾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등 장벽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상장사 입장에서도 상장에 따른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기업 내부 사정에 대한 공개 범위도 더 넓어지다 보니 상장 도전에 벽이 생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중 특히 코스닥에 상장을 도전하는 기업들의 경우 완벽한 재무환경, 사업 안정성 등을 갖춘 기업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무사히 상장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당국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막판에 상장을 취소하는 사례가 반복돼선 안된다. 거래소 등은 떨어진 기업공개(IPO) 시장의 신뢰도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 줄이되 정보의 투명성 키울 방안 마련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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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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