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강화 이어 금정…연이틀 '재보선 지원'
"금정의힘, 끈질기게 부산 발전 위해 뛸 것"
윤일현과 병원 찾아 '의료기관 정상화' 약속
"우린 할 수 있고 민주당은 할 수 없다" 차별화
"구청장 재보선 캠프가 아니라 총선이나 대선 캠프에 온 것 같다."
28일 오후 금정구 중앙대로에 위치한 윤일현 국민의힘 금정구청장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찾은 한 당원의 감상이다. 말 그대로였다. 이날 개소식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조차 길을 가다보면 '저기서 개소식을 하는구나’라고 할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금정구의 한 빌딩 앞에 몰렸다. 개소식은 오후 2시부터였지만 1시간도 전부터 100명이 넘는 인파가 1층을 넘어 바깥 주차 공간까지 가득 채웠다. 실제 개소식이 열린 같은 빌딩의 3층의 대강당에도 100여명의 사람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은 처음엔 두 명이었다. 한 명은 이날 개소식의 주인공인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였다. 또 하나는 이날 윤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부산 금정구를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였다. 특히 한 대표의 인기는 아이돌 가수 저리가라 할 정도였다. 한 대표가 등장할 때 갑작스레 몰릴 인파가 차량 통행에 방해될 것을 우려해 교통정리를 자원한 어르신들이 있을 정도였다. 이날 부산에서도 목격된 '위드후니'(한동훈 대표 팬카페) 일원들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유니폼에 등번호 '73'(한 대표의 출생연도인 1973의 뒷자리)과 'HDH'(한 대표의 영문 이름 이니셜)를 새겨놓기도 했다.
한 대표가 부산까지 내려온 건 오는 10월 16일에 펼쳐질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소속이던 고(故) 김재윤 전 금정구청장이 갑작스런 뇌출혈로 운명을 달리하면서 이번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만큼 국민의힘 내부에선 "금정구만큼은 이겨야 한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피어났다.
이를 증명하듯 이날 개소식에는 한 대표를 비롯해 조경태(사하을·6선)·김도읍(강서·4선)·김희정(연제·3선)박수영(남·재선)·이성권(사하갑·재선)·김미애(해운대을·재선)·백종헌(금정·재선)·곽규택(서동·초선)·조승환(중영도·초선)·서지영(동래·초선)·박성훈(북을·초선)·정연욱(수영·초선)·김대식(사상·초선)·정성국(부산진갑·초선) 등의 부산 지역 의원들이 대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출동했다. 뿐만 아니라 서범수 사무총장, 한지아 수석대변인과 부산이 고향인 김민전 최고위원도 이날 개소식에 함께 했다.
'선거는 축제'라는 말에 걸맞게 이날 개소식은 떠들썩했다. 한 대표가 입장할 때부터 역대급 데시벨을 기록한 개소식은 이후 부산 지역 의원들이 열거될 때마다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한 대표는 개소식에서 금정구와 부산을 위한 '공약 보따리'를 풀어보였다.
한 대표는 "얼마전 민주당이 금정에 와서 이런 얘기를 했다. 부산의 금융을 발전시키겠다고. 말이 되는 얘기를 하라고 해드리고 싶다"며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아니냐"라고 소리쳤다. 앞서 김민석 최고위원은 부산을 찾아 "부산에 국민의힘이 하는 일이 도대체 무엇이냐. 부울경 산업·금융도 민주당이 책임지겠다"는 발언을 꺼낸 바 있다.
이어 한 대표는 "그런 사람이 어떻게 '부산을 발전시키겠다' '부산의 금융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냐"라며 "우리 모두가 일관되게 말한 것이 한 번이라도 틀린 적이 없었다. 우리는 산업은행을 부산에 이전하겠다. 우리는 끈질기게 부산의 발전을 위해 챙기고 뛸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여러분 우리가 여기 왜 모였나. 왜 이런 곳에 국회의원들이 한 번에 모였겠느냐. 금정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나왔다"라며 "금정의 현재와 미래에 만족하느냐. 우리가 금정의 현재와 미래를 밝게 이끌어보겠다. 그런 마음으로 달려왔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여기 모든 사람이 그걸 보증한다. 우리는 부산 금정을 위해서 일하고 싶다"며 "국민의힘은 부산 금정의힘이 될 것이다. 그걸 위해 부산 금정을 위한 일꾼들이 다 모였다. 그중에서도 여기 있는 윤일현을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산시당 공동선대위원장인 조경태 의원은 "훌륭한 선장을 뽑았으면 운항을 제대로 하게 도와야 하는 것 아니냐. 정부·여당과 함께 금정의 발전을 위해 앞장서겠다"며 한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연설을 했다.
부산시당위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금정구청장은 금정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아야하는 것"이라며 "윤 후보는 초중고대까지 이 동네에서 졸업한 금정 토박이다. 구의원·구의장·시의원을 거치면서 시의회 예결위원장과 교육위원장을 거친 분"이라고 윤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지원사격에 나선 굵직한 인사들의 축사가 이어지면서 장내는 마치 선거를 승리한 것처럼 고조됐다. 이런 분위기에 윤 후보는 직접 나서 아직 선거가 끝나지 않았으며,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윤 후보는 10·16 재보궐선거에서 금정구청장 자리를 놓고 김경지 민주당 후보, 류제성 조국혁신당 후보와 대결을 펼친다. 선거 막판 야권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실제로 긴장감이 늦춰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윤 후보는 "이번 재보궐선거가 전국 4곳에서 치러지지만 금정은 여야가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는 곳이다. 야당은 이번 선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금정을 디딤돌 삼아 조국혁신당은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만회하고 민주당은 이번 계기로 방탄 선거를 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금정구민들도 그런 걸 잘 알고 있다. 그런 일이 없도록 나 윤일현이 구민들과 손을 잡고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겠다"며 "지난 총선에서 보수 가치를 지켰던 부산시민 열기를 모아서 금정, 부산을 지키고 대한민국 보수의 가치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본인을 부산 금정구에 사는 주민이라고 소개한 택시기사 박모(70세·남성)씨는 "사실 먹고 살다보니 보궐선거 하는 걸 잘 몰랐다. 그래도 금정쪽은 여태 계속 국민의힘이 해왔으니 다시 국민의힘이 될 것"이라며 "조국이랑 이재명이 막 여기와서 뭐 해쌌턴데(하던데) 부산서 해준 것도 없는데 여기서 통할라면 한참은 멀었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이어 한 대표의 발걸음은 금정구에 위치한 침례병원으로 향했다. 지난 2017년 동부산권 핵심 응급의료기관 역할을 맡던 침례병원이 경영난으로 도산한 이후 응급실과 종합병원이 없어 의료공백이 생긴 금정구의 현재 상황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서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해 10월 침례병원 부지 소유주인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와 병원 부지를 500억원 미만에 매입하기로 합의했고, 지난 2월 부지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부산시는 침례병원 부지에 보험자병원을 세우고자 보건복지부 등과 논의하고 있다.
이소라 보산시 시민건강국장으로부터 부산지역 의료현안 관련 보고를 받은 뒤 한 대표는 "국민의힘은 침례병원을 다시 세우겠다는 것을 이미 약속드린 바 있다"며 "구체적으로 이미 부산시에서 부지를 매입했다. 우리는 집권여당이다. 이런 일은 집권여당만 할 수 있다. 이걸 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경지 민주당 후보가 '침레병원 정상화'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단 질문을 받고는 "민주당이 어떻게 할 수 있느냐? 민주당이 할 수 있느냐"라며 "확실한 차이는 이것이다. 우리는 할 수 있고 민주당은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시민들은 정치권이 부산 발전을 위해 좀 더 애써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부산진구에 살고 있다고 밝힌 조모(68·남)씨는 이날 부산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가 여기 상공회의소에서 일하면서 평생을 부산에 살았는데 옛날이랑 비교해서 범표 같은 기업도 사라지고 참 살기가 어려워졌다"며 "정치인들이 해준 게 뭐가 있느냐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쇼잉이 아니라 진짜 도시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을 갖고와야 한다"고 채근했다.
한편 한 대표는 전날 인천 강화군을 방문해 박용철 강화군수 후보 지지를 호소한 이후 이날까지 연이틀 보궐선거 지원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 대표는 다음 달 8일 전남 곡성에서도 재선거 지원을 위한 유세에 나선다. 재·보선 사전투표는 다음 달 11∼12일 이틀간 실시하며 같은 달 16일 본투표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