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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술타기로 음주혐의 벗은 것이면…사법 방해죄로 의율해 처벌해야" [법조계에 물어보니 436]


입력 2024.06.25 05:16 수정 2024.06.25 09:13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서울중앙지검, 18일 김호중 구속기소…송치 단계서 포함됐던 음주운전 혐의 제외

법조계 "김호중방지법, 방향성은 타당하지만…현장서 적용할 때 어려움 없을지는 고민 필요"

"정말 그때 술 더 마셨는지 입증 어려워…술 사서 마시는 CCTV 화면 등 전부 확보해야 할 것"

"다른 방법으로 음주운전 확인되면…혈중알코올농도 0.03%~0.08% 준하는 수준 처벌 규정 필요"

가수 김호중 씨 지난달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가 음주운전을 시인했음에도 이른바 '술 타기' 방식으로 결국 혐의를 벗은 데 대해 국민적 공분이 일자 국회 등에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관련 법안이 입법되는 것만으로도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과 같이 내심(內心)의 의도를 입증하는 게 실무상 어려운 만큼 실효적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검 개선 의견처럼 음주운전 후 단속을 피하기 위해 술 타기 혹은 가짜 증인이나 증거를 내세우는 경우 사법 방해죄로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8일 김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경찰이 송치 단계에서 포함했던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했다.


앞서 경찰은 김 씨가 마신 술의 양과 알코올 도수, 시간당 혈중알코올농도 감소량 등을 토대로 음주 수치를 유추하는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활용해 사고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면허정지 수준인 0.031%로 추정하고 음주운전 혐의로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이러한 역추산 결과만으로 유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씨 사례로 음주운전 처벌 관련 법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22대 국회 개원 직후 일명 '김호중방지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2건이 발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이달 10일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교통사고 등으로 음주 운전이 들통날 상황에 놓이면 술을 찾아 마셔서 경찰의 측정에 혼선을 주는 편법 행위인 '술 타기'를 행위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민주당 신영대 의원도 유사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검찰청 역시 지난달 20일 법무부에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해달라고 건의했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가 지난 5월 31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술 타기의 경우 음주운전 자체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며 "대검 개선 의견처럼 음주운전 후 단속을 피하기 위해 술 타기, 가짜 증인이나 증거를 내세우는 경우에는 사법 방해죄로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속 이후 함께 술을 추가로 마셨다면서 증인 등을 내세우는 경우가 있다"며 "실제 술 타기를 했든지, 술 타기를 빙자한 가짜 증인, 증거를 내세울 경우 모두 사법 방해죄로 의율하여 처벌하면 어떨까 싶다"고 부연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김호중 씨 사태로 촉발된 '음주운전 후 술 타기'를 방지하기 위한 방향성은 타당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때 어려움이 없을지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며 "가령 두 법안 모두 '음주운전'이라는 것을 전제로 사고 등이 난 경우 술을 더 마시면 이를 처벌하겠다는 것인데, 김 씨 사건의 경우도 애초에 김 씨의 음주 사실 및 사고 당시 수치 등이 확인이 되지 않는 것이기에 이러한 부분에 대해 규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교통사고 등을 내고 추가 음주를 한 경우 '사고자가 교통사고 등 본인의 음주 사실이 드러날 만한 사정이 발생하기 전 음주를 했을 만한 의심의 여지가 있다면 음주 후 추가 음주를 한 것으로 보고 처벌한다' 정도는 돼야 할 텐데 형사법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원용 변호사(법무법인 심안)는 "수사 과정에서 카드 구매 내역 등을 조회할 텐데 이같은 방식으로 추가로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의도적이었는지 입증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술 타기 방지법이) 필요하긴 하지만 실무적으로 운용될 때 이 구성 요건을 어떻게 정치(精緻)하게 만들 것인지, 어떻게 수사해서 입증할 것인지 난점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정말 그때 술을 더 마셨는지 혐의 입증도 쉽지 않다"며 "집중해서 (수사)하려면 편의점 등에서 술을 사서 마시는 것까지 CCTV 화면 등을 전부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관련 법안이 입법되는 것만으로도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과 같이 내심의 의도를 입증하는 게 실무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한 게 다른 방법으로 확인되는 경우 추가 음주로 인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 0.08% 미만인 사람에 준하는 수준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도입하는 등, 실무상 입증의 곤란함까지 고려해 실효적인 규정을 만들면 어떨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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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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