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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시장의 부끄러운 민낯 [기자수첩-유통]


입력 2024.06.26 07:03 수정 2024.06.26 07:03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디올, 하청업체 밤샘·휴일 근무 등 노동 착취 정황 포착

비윤리적 행태에 비난 거세…명품의 진정한 의미는?

디올 간판.ⓒ연합뉴스

“노동자들을 비인간적으로 착취해 제품을 만들었을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어요. 앞으로는 못 들고 다닐 것 같아요.”


요즘 디올이 연일 이슈다.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만드는 것인 줄 알았는데 불법 이민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은 하청업체의 노동 착취를 방치·조장한 혐의를 받고 있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디올 이탈리아 지사의 가방 제조업체에 1년간 사법 행정관의 감독을 받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법원 판결문에서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하청업체 4곳의 노동 착취 실태가 드러났다. 하청 공장은 중국이나 필리핀에서 온 불법 체류자를 주로 고용해 밤샘 근무와 휴일 근무를 시켰다. 또 기계가 빨리 작동할 수 있게 안전장치도 제거했다.


업체는 이렇게 생산한 핸드백을 53유로(약 8만원)에 디올에 넘겼다. 디올은 해당 핸드백을 매장에서 2600유로(약 385만원)에 판매했다.


지난 4월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불법 체류 중국인들을 시간당 2~3유로(약 3000~4000원)에 쓰다가 적발된 바 있다. 개당 출고가가 14만원이었는데 매장 판매가는 267만원에 달했다.


노동력 착취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한 명품 소비자는 “원가 대비 높은 가격도 문제지만 비윤리적 생산 과정에 대해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며 “디올뿐 아니라 LVMH 소속 브랜드 모두 다 불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디올 사태를 계기로 명품에 대해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이다. 여기서 뛰어나거나 이름난 이라고 하는 것은 수년, 수십년간의 경력을 가진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기울여 만드는 수작업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오늘날의 명품은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사치품에 더 가깝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플렉스(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과시하는 행위)’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명품 소비 욕구를 더욱 끌어당겼다.


명품 브랜드가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역사와 가치, 품질, 장인정신 등을 높이 사 비싸더라도 과감히 소비해왔는데 비윤리적인 행태에 큰 실망과 배신감을 안겨줬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존재한다. 이제부터라도 소비 전에 여유를 갖고 나의 가치관과 기업의 가치관이 맞는지, 내가 지불한 만큼의 만족감과 행복을 느낄지 생각해 볼 때다. 이러다 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브랜드 말고 또 다른 명품 브랜드가 탄생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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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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