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42조 육박…또 사상 최대
중·저신용자 평균 금리 17% 넘어
작년 불법사금융 이동 최대 9만명
금융당국의 전방위 가계부채 규제에 취약차주들이 제도권 대출 내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가계대출를 잡겠다며 금융당국이 던진 돌을 취약 차주들이 속절없이 맞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이에 은행들은 일제히 금리를 올리거나 한도를 축소해 발을 맞추고 있다.
은행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대출 문턱을 높이기 시작했고, 기존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수요자는 카드사와 보험사 등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등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에 장기카드대출(카드론)로 모이면서 카드론 잔액은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카드론은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꼽힌다. 일반적인 신용대출과 달리 신용카드만 있으면 별도 심사가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 등 국내 카드사 9곳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8309억원을 기록했다. 전월 말보다 6043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2조6000억원가량 급증했다.
금융당국도 급증하는 카드론 잔액에 매일 모니터링을 하는 등 신경이 곤두선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금융당국은 일부 카드사들의 카드론 급증세와 관련해 이달 말까지 리스크 관리계획을 제출할 것도 요구했다. 사실상 카드론의 취급에 대해 제동을 건 셈이다.
금융당국의 무차별 대출규제에 기존에 카드론을 쓰고 있던 중·저신용자 등 취약차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은행 대출 수요가 카드론으로 몰리면서 카드론 금리는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신용점수 700점 이하 중·저신용자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7.17%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7.09%) 대비 0.8%포인트 올랐다.
또 카드론 취급을 제동하면서, 기존 차주들은 제도권 밖 대출로 밀려나가고 있다. 카드론을 주로 이용하는 차주들은 은행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어 불가피하게 카드론을 이용하는 대출 실수요자인데 카드사들이 카드론을 막는 순간 이들이 기댈 곳은 없어진다.
제도권 대출에서 이들의 수요를 공급하지 못할 경우 이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최대 9만1000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2만명 이상 늘어났다. 불법사금융을 통해 조달한 금액 또한 최대 1조4300억원으로 같은 기간 2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취약차주들이 제도권 밖 대출로 밀려나지 않도록 대출 정책을 펼쳐야 한다. 물론 가계대출의 증가세를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요자만 걸러내 불필요한 대출을 관리하는 것도 능력이다.
막무가내로 대출을 무작정 잠그면 오히려 시장은 불안감을 느낀다. 금융당국의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출 정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