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 2년 만에 경선 체제…의대 vs 공대 2파전
"의대생이 회장 되면 정치적 메시지 내는 것 아닌가" 우려
의과대학 증원으로 인한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지면서 올해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자치기구인 총학생회 회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5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달 11∼15일 치러지는 제64대 총학생회장 선거에는 의학과 19학번 이강준(24) 후보와 조선해양공학과 21학번 김민규(23) 후보 등 2명이 출마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 후보는 학내 배달존 설치와 셔틀버스 노선 개편 등을, 김 후보는 해외 대학 교류 프로그램과 교통환경개선 협의회 신설 등을 각각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통상적인 총학 선거와 마찬가지로 학생 편의와 복지 증진 방안에 방점을 둔 공약 못지않게 의정 갈등 상황 속에서 의대생 출마가 쟁점으로 떠오르는 양상도 눈길을 끈다. 당선될 경우 의대 증원 반대에 총학생회장 '간판'이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 운동권 총학생회장이 시국선언 등에 참여한 것과 비교되는 '의대생 버전' 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후보는 "당선이 되면, 학생들의 총의 없이는 어떠한 정치적 의사도 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대편 김 후보는 이 후보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장을 맡은 이력을 감췄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SNS와 재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의 이해충돌 가능성을 들어 사퇴를 요구하는 게시물에 '좋아요' 1000개가 달리는가 하면, "불리한 약력을 숨긴 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라며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만, 전날 열린 후보 토론회에선 의대 증원 쟁점보다는 학내 현안을 중심으로 공방이 오갔다. 김 후보는 학생 복지 향상을, 이 후보는 다른 단과대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올해 총학 선거는 2022년 이후 2년 만에 치러지는 경선이라는 점도 관심거리다. 총학 활동에 관한 학생들의 낮은 관심 속에 작년 11월 선거는 단독 후보가 출마했다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고, 올해 3월 재선거는 아예 입후보자가 나서지 않아 허무하게 끝났다. 이번 선거 역시 투표율이 낮을 경우 무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