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7일(현지시간) 방송통신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에 브렌단 카 공화당 소속 FCC 위원을 발탁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브렌단 카는 언론의 자유를 위한 전사”라며 “미국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경제 발목을 잡는 규제법안에 맞서 싸워 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규제 공세를 종식시키고 FCC가 미국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FCC는 방송통신용 전파자원의 관리 및 방송통신사업 규제 감독 등 미국의 방송통신정책을 총괄하는 독립 정부기관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인 2017년 카를 FCC 공화당 측 위원으로 지명했다. 연방 상원의 인준을 세 차례 받은 카의 임기는 2029년까지다.
카 위원은 미 조지타운대에서 학부를 마친 뒤 콜럼버스 법학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12년부터 FCC에 영입돼 당시 위원장 아짓 파이의 고문으로 활동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측근으로도 알려져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자택에서 트럼프에게 카 위원을 위원장으로 지명하는 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카 위원은 9억 달러(약 1조 2500억원) 규모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보조금을 받기 위한 머스크 CEO의 노력을 지지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와 카의 이런 관계가 공개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지난해 카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FCC 등의 기관들이 조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머스크 CEO에게 ‘규제 괴롭힘’을 가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카 위원은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거부한 민주당 측 FCC 위원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지난 8월에는 텍사스주 보카치아에 있는 스페이스X 기지를 방문해 머스크와 함께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
카 위원은 전날 엑스에 페이스북과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기술회사를 언급하면서 이들 회사가 “검열 카르텔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검열 카르텔은 해체돼야 한다”고 적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카 위원이 기관을 재편하고 권한을 확대해 통신업계를 우파 진영의 정치적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 위원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트럼프 당선인의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NBC방송의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한 것을 두고 “NBC가 FCC의 ‘동등시간’(Equal Time) 규정을 회피한 것”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